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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핀 빠진 건설)②"반복되는 안전사고, 비용구조 악순환 끊어야"
"현장근로자, 생존 위해 안전 포기"…"공사비 혜택, 현장에 미치게"
2018-07-17 06:00:00 2018-07-17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건설 안전사고 원인을 하나로 단정짓기 어렵지만 다수는 비용구조 문제에서 비롯된다. 하청구조로 인한 안전관리 소홀부터 가설자재 재활용 문제, 안전관리 인력의 처우 문제, 근로자의 안전의식 부재까지 원인을 따지다 보면 비용 문제와 연결된다. 돈이 부족해 관리가 안되고 부실자재를 쓰고 안전교육도 열악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돈을 풀자니 제대로 융통이 될지 고민이다. 결국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하면,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적정한 공사비를 책정하되 제대로 하청에 미칠 수 있도록 산업구조도 함께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해법이 수렴된다.
 
건설현장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하청구조다. 발주처와 원청업체, 하청업체와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사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발주처가 100원에 발주한 공사가 하청업체에 의해 60원 정도에 시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피라미드 구조의 최하위층인 협력업체와 협력업체에서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삽을 들고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문제는 안전사고에 노출된 이들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안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비용이 들고, 설치하는 시간에 일을 못하는 것도 비용이다. 하청업체나 일용직 근로자들이 공사기간을 맞추거나 하루 할당량을 채워야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안전은 제외되기 쉽다. 정부가 공공공사에서 적정 공사비를 책정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최저 입찰제를 통한 하청구조에 변화가 없다면 문제는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정부는 또 대형건설사의 직접 시공 비율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하청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하청업체에게 공사비가 적절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중견 건설사에서 안전관리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는 “현장 인력들에게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안전하게 일 하라고 지시하는 게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은 안전장치를 설치할 비용도 없을 뿐더러, 설치하는 시간도 이들에게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하청업체 사장이라면 안전장치 다 갖추고 시간 쓰면서 하루에 벽돌 100장 쌓는 사람과 그런 거 없이 바로 작업 시작해서 벽돌 150장 쌓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에게 일을 시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안전사고 원인으로 근로자 개인의 안전 불감증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정말 현장과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생존을 포기해야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가설자재 문제도 안전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중 비계 등 가설자재 붕괴로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 가설자재란 건축공사를 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했다가 공사가 끝나면 철거하는 거푸집, 가설 사다리, 비계용 자재 등을 말한다. 공사 이후 철거하기 때문에 사실 가설자재를 튼튼하게 설치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현장은 드물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가설 관련 사고 원인 대부분은 시공부실과 안전규정 무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설자재 재활용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가설자재는 사용에 큰 문제가 없으면 여러 현장에서 재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가설자재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업체는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가설자재를 재활용하고 있어 근로자들이 위험에 노출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가설자재 재사용 자율등록제를 폐지하고, 국토부에서 지정한 품질시험기관의 시험을 거쳐 적합한 가설자재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가설자재를 시험하기는 힘들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안전관리자들에 대한 처우 문제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건설사들은 대부분 안전관리직을 계약직으로 고용한다. 2016년말 기준 50대 건설사의 안전관리자 중 정규직 비율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관리자가 비정규직이라는 말은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자의 입김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도 계약직 안전관리자 말을 잘 듣지 않을 뿐더러, 안전사고에 대한 최종 책임자인 현장 소장도 안전관리자의 문제 제기를 무시하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가설자재 재활용도 안전관리자 처우문제도, 근로자 개인의 안전의식까지 교육이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결국 비용 문제다. 시장 전문가는 "공사비를 정상화하고 그 혜택이 건설현장의 근로자 처우 개선까지 이르도록 구조를 개선한 다음, 그래도 안전사고가 반복되면 처벌 강화를 고려할 수 있다. 먼저 구조 개선 노력부터 충분히 이뤄져야 처벌 카드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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