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전참시’, 너도 날 웃겨봐라 어서!
입력 : 2018-07-13 06:00:00 수정 : 2018-07-13 14:51:42
지난 7일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을 보다 경악했다. 배우 신현준에게 발달장애인 연기를 강요하며 웃고 떠드는 패널들 장면에서다. 순간적으로 화가 났지만 곧이어 생각 없이 웃고 떠드는 그들의 무지에 참담함이 밀려왔다. 인간에 대한 예의. 이날 방송에선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그들은 이날 개그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날의 웃음은 분명한 폭력이었다. 공공재인 지상파를 이용한 폭력. 그것도 피해자가 분명 존재한 폭력이었다.
 
다행일까. 방송 이후 여러 매체에선 그 방송을 비판한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또한 잠깐일 것이다. 연예 기사의 소비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정확하게 7년 전이다. 아들이 발달 장애 판정을 받던 날이 아직도 또렷하다. 정신이 폭발해 버릴지도 모른단 공포감이 밀려왔다. 슬퍼하기라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이 사라져 버릴지 모른단 불안감이 밀려왔다.
 
시간을 조금 더 앞으로 돌려보자. ‘영구’ ‘맹구’ ‘오서방’ 등등.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한 캐릭터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보고 웃었다. 그들의 ‘바보’ 흉내에 의심 없이 낄낄대며 배꼽을 잡았다. 손가락질하며 웃었다. 즐겼다. 우리가 영구와 맹구를 보며 웃는 동안, 그들 캐릭터 모티브가 된 발달 장애인들은 그저 웃음거리로 조롱과 희롱 그리고 난도질 당했다. 이건 분명하다.
 
다시 돌아와 ‘전참시’다. 패널들은 신현준에게 ‘기봉이’ 흉내를 요구했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 속 실존 인물 엄기봉씨가 주인공이다. 과거 한 다큐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의 생활이 모티브가 된 영화다. 당시 전 국민이 기봉이 연기를 한 신현준의 ‘하나 올리고~ 하나 더’를 외치며 고기집에서 쌈 싸먹는 모습을 즐겼다. 장애가, 장애인이, 웃음과 조롱과 희롱의 경계선에서 치이고 밟히고 짓이겨진 순간이었다.
 
‘코미디는 코미디로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코미디에서 웃음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 주체가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면. 조금 다르지만, 틀린 게 아닌 같은 사람이라면. 그저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혹시 당신은 이걸 ‘풍자’라고 부를 텐가.
 
‘전참시의 무지’. 이날 그들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짓밟았다. 출연했던 그들도 짓밟힌 예의를 외면했다. 그들이 흉내 내며 웃음과 희롱의 ‘도구’로 사용한 장애인이, 나처럼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이란 사실을 알려고 들지 않았다.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러기에 독촉했을 뿐이다. 어서 흉내내보라고. 흉내 내서 나를 웃겨보라며 깔깔대고 웃고 조롱했다.
 
그 잔인한 폭력을 지켜보다 옆에 있던 아들을 바라봤다. 뜻 모를 외계어를 쏟아내며 멍한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이 아이가 살아나갈 세상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가슴이 답답하다.
 
김재범 뉴스카페팀장(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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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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