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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재벌 3세 놀이터 된 아시아나 비행 시뮬레이터"
박세창 사장, 재벌가 3세들 불러 체험행사…회사측 "절차 밟았다"
2018-07-12 06:00:00 2018-07-12 06:00:0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사장이 재계 친목단체 회원들을 데리고 아시아나항공 비행 시뮬레이터(Flight Simulator)를 무단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벌 3세들로 구성된 개인 친목 회원들에게 고가의 비행 장비를 체험시킨 건 총수 일가의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토마토>는 11일 박 사장의 도움으로 비행 시뮬레이터를 체험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박 사장의 지인으로, 박 사장이 속한 재계 친목모임 회원이다. 제보자를 포함한 재벌 3세들은 2012년부터 2013년 사이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본사 교육장에서 비행 시뮬레이터를 체험했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 교관으로부터 비행 시뮬레이터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장비에 탑승했다. 제보자는 "신기한 경험이었다"며 "비용은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박 사장은 재계 친목모임인 한국YPO(Young Presidents Organization) 소속으로, 회원들에게 비행 체험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는 재벌 2·3세들이 모인 '미니 전경련'으로 불린다. YPO에 가입하려면 40세 이전에 대표이사를 맡고, 회원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YPO는 젊은 연령대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선배 경영인의 도움을 받기 위해 만들어졌다. 본부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다. 해외와 달리 한국YPO는 폐쇄적인 친목모임이라는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비행 시뮬레이터는 대당 200억원을 호가할 만큼 고가의 장비다. 주로 조종사의 비행능력 향상과 예비 조종사 훈련을 위해 사용된다. 학교와 언론 등이 항공사의 지원을 받아 비행 시뮬레이터를 체험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가의 장비인 만큼 흔하지는 않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때문에 총수 일가인 박 사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개인 친목 회원들에게 계열사의 고가 비행 시뮬레이터를 체험시킨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당시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에 적을 두고 있지 않았다. 박 사장은 2016년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에 오르기 전까지 금호타이어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시뮬레이터 체험은 당사 운항 승무원들을 비롯해 조종사 육성기관, 모범 초등학교 등 대외기관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으면 검토 후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박 사장도 공식적인 루트에 따른 요청 후 검토 및 허가를 받아 교관 탑승 하에 체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박 사장 개인의 친목모임 이용에 대한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사업적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만 설명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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