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라돈침대 불안, 정부가 해결해야
입력 : 2018-06-11 06:00:00 수정 : 2018-06-11 06:00:00
 
"열심히 일해서 아이 많이 낳으라고 한 정부는 뭘 하고 있나. 이럴거면 아이는 왜 낳았나, (정부가) 원망스럽다."
 
지난달 21일 라돈 침대 사태 논의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 갓난아기를 안고 온 주부는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기까지 라돈 검출 침대에서 생활했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다른 피해자들의 분노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문제된 침대가 소비자에게 유통될 때까지 정부가 무엇을 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냐는 질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법상 미비한 부분이 있다며 항변한다. 2012년 7월 시행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방법)'에 따라 일정 수량 이상의 방사선물질을 수입·취급하는 자는 원안위에 등록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제품 유통과정을 모두 추적하고 있지 않고, 가공제품에 대해서도 모든 제품의 방사선 피폭선량을 검사하지 않게 돼 있다는 게 현재까지 원안위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방사능 원료물질 관리 책임이 원안위에 있다는 점에서 원안위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4일 국회 토론회에서 임영욱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방사선이 나오면 안 되는 제품에 불가피하게 원료성분이 쓰였다면 피폭량을 가능한 줄이라는 알랄라 원칙으로 관리하자는 게 학계 입장이다. 침대에서 이런 물질이 나왔다는 사실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승연 연세대 보건과학대학교수 역시 "모나자이트가 생활밀착제품인 침대에 사용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원안위는 모나자이트가 대진침대 매트리스 제조업체에 납품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에 따르면 모나자이트를 수입해 판매하는 A업체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대진침대 매트리스 제조사에 총 2960㎏의 모나자이트를 납품했다. 원안위는 매년 수입업체의 전년도 판매내역을 보고받고 대진침대 제조사와 '헬스, 뷰티 등의 분야에 음이온·향균제 등 바이오세라믹 소재를 생산·판매하는 회사'라고 소개하는 업체 등에 모나자이트가 납품돼온 사실을 알았지만 수년 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원안위가 법에서 정한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생방법 15조에 '가공제품에 포함된 방사능 농도와 수량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기준을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된 부분에 대해 변웅재 변호사는 "원안위가 가공제품에 대한 방사능 농도를 고시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며 "법적 책임을 물어 국가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원안위, 생활 속 방사선 빈틈없이 관리"…"우라늄, 토륨 등 천연방사성 원료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자와 이를 이용한 제품의 제조업자는 안전 기준에 따라 해당 물질과 제품을 관리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2년 생방법 시행을 알리며 이 같이 홍보했다. 원료물질 취급자는 물론 제조업자에 대해서까지 관리 의무를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원안위는 생방법 담당자가 0.5명이고 이번 사태 이후 6명의 부서원이 달라붙어 수습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장은 원안위가 보수적으로 계산한 피폭 수준을 감안해도 20~30년 뒤에 라돈 침대 사용으로 암 발병률이 1000명 중 2명, 흡연자는 40명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당장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도 침대 때문에 수십년 뒤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는 사용자 실태조사는커녕 수거조차 우왕좌왕하고 있다.
 
2011년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관리 총괄을 위해 출범한 원안위가 원자력 안전 홍보에만 치우친 조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책임을 인정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사용자들의 피폭 정도를 파악해야 피해 구제가 가능한 만큼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용자 등록과 함께 장기간에 걸친 건강 추적조사를 통해 여러 질환을 호소하는 피해자에 대해서도 적극 조치해야 할 것이다.
 
강명연 중기벤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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