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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자본시장 신뢰 회복, 업계 모두의 책임
2018-05-16 08:00:00 2018-05-16 08:00:00
 
"자본시장 신뢰회복을 위해 전 증권사 대상으로 반성문을 쓰는 결의대회를 열려고 했으나, 무산됐어요."
 
최근 자본시장 업계서 만난 한 임원의 말이다. 삼성증권 사태 직후 추락한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 증권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코자 했으나, 일부 증권사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얘기였다.
 
'잘못은 삼성증권에 있지, 우리에게 있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삼성증권은 홀로 반성문을 썼다. 사고가 있던 그 다음주 주말 삼성증권 부서장급 임직원 200여명은 삼성 연수원에 모여 사고에 대한 반성의 시간 뒤, 자필로 반성문을 썼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사실을 사진과 함께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그들의 진심이 얼마나 느껴졌는지는, 투자자들의 몫일 것이다.
 
삼성증권 배당사고는 단지 삼성증권만의 문제라고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금융당국과의 간담회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삼성증권 배당사고 이후 자본시장 분위기 다잡기에 나서며 12개 증권사 대표를 한 곳에 불러 모은 적이 있다. 이 자리 참석 직전 만났던 A증권사 대표는 "우리 시스템은 삼성증권과 다르다. 시스템보다 사람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며 불편한 뜻을 내비쳤다.
 
삼성증권 만의 문제로 선을 긋고자 하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맞는 말이기도 했다. 삼성증권 배당사고는 내부통제 미비와 전산시스템 관리 부실 누적 등 오롯이 회사의 잘못으로 판가름 났다. 직원 21명은 잘못된 배당 주식을 내다 파는 등 근무 윤리를 상실한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자부심은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갔고, 타 증권사에는 민폐를 끼쳤다. 삼성증권 배당사고로 여파로 금융당국은 모든 증권사 대상의 일제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 등의 숙제도 남겨졌다. 
 
그러나 자본시장 자체에 대한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우리 회사가 아니니 됐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그간 자본시장의 성장 속에서도 수많은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안고 떠났다. 동양 회사채 사태나 중국 주식 상장폐지 등 수많은 피해 사례가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찾아온 증시 활황이라는 증권가의 봄을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증권사가 의지를 모아야 한다.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 투자자의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투자자가 떠난 뒤 노력에 나선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것이다. 
 
이정하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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