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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시민사회 캠페인과 반비례하는 시장자본 영향력
2018-02-26 08:00:00 2018-02-26 08:00:00
평창 동계올림픽 중에도 ‘미투(Me Too)캠페인’은 주요 뉴스를 선점하며 곳곳에서 계속되었다.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 고발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문화계, 교육계, 기업, 검찰, 심지어 의회 등 모든 영역에서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성폭력 실태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미투 캠페인’은 피해자의 용기를 분명히 드러내고 더는 같은 조건에 의해 피해 받지 않겠다는 자발적 행동이자 적극적 결의라는 점에서, 사람의 사람에 대한 폭력을 반추하고 자성하며 일반화된 성폭력에 확실한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캠페인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동의한다.
 
한편 이러한 선언적 캠페인으로 성적 차별의 근원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인지 반문해 본다. 성폭력에 대한 개인의 행위와 인식은 서열화된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시장자본의 속성이다. 물론 선량한 자본도 있겠으나 시장질서에 속한 자본의 일반적 속성에 비출 때 그러하다. 서열화된 사회구조 하에서 가해자에게 부여된 사회적 지위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하기에 성폭력은 부지불식 간에 거리낌 없이 작동한다. 서열은 그들이 추구하는 규칙이고 폭력은 그들 언어 중 일부이다. 이러한 규칙과 언어에서 양심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디 성차별뿐이겠는가. 환경에 대한 시장자본의 폭력은 이미 도를 벗어났다. 이익을 탐하며 과도하게 사용한 화석연료는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평생 겪어보지 못한 자연재해를 일상화하였다. 환경문제는 환경을 이용하는 지배질서의 문제이다.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도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This changes everything)’에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지배질서의 문제는 반드시 인권의 문제를 동반한다. 시장자본과 그 권력이 추구하는 환경정책은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가중하는 불평등한 악순환을 되풀이하며 심지어 환경파괴 결과물을 피해자가 사용하도록 조장함으로써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한다.
 
시장자본의 패악은 국가의 통제마저 벗어나 도처에 편재하기에 이를 견제해야 한다. 시장자본의 패악을 멈추게 할 방안이 있는가? 다행히 우리에게는 시민사회가 있다. 시민사회가 시장자본을 대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시민사회는 권력소유 속성도 권력 유지 장치도 부재하다. 다만 소유가 아닌 공유·나눔이라는 기본 속성에 충실할 뿐이다. 소유의 속성이 없는 시민사회의 가치는 적극적참여와 행동에 있다.
 
조안나 메이시(Joanna Macy)와 크리스 존스톤(Chris Johnstone)도 ‘적극적 희망(Active Hope)’에서 이를 밝힌 바 있다. 시민사회의 행동은 성공 가능성 여부를 떠나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고 추진하는 노력이 중요한데 이는 누군가의 노력에 따른 반사이익을 바라는 수동적 희망과는 차원이 다른 행동이라 한다.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와 행동은 물질만능 팽창주의에서 벗어나 치유와 회복을 중시하는 생명중심사회로 대전환(Great Turning)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우리 앞의 여러 난제들은 대부분 시장자본과 연결되어 있다. ‘미투 캠페인’이 단지 가해자의 회개와 협조를 요망하는 선언적 의미에 머문다면 찻잔 안의 태풍으로 무력화될 것이기에 보다 근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미투 고백’은 기후변화 영역에서도 필요하다. 탄소과다배출 상품을 소비하여 의도하지 않았으나 기후변화 초래에 일조했다는 성숙한 자기반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캠페인의 선행조건은 시장자본에 대한 통찰이다. 시장자본의 지배방식을 면밀히 살피고 시민사회 캠페인을 탄탄하게 전개할수록 시장자본의 사회 영향력은 반감할 것이며 이는 성차별 완화와 기후변화 완화로 귀결될 것이다. 시장자본의 영향력 완화 노력은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시민사회의 에너지전환 캠페인은 재생에너지 활용으로 기후변화 방지에 기여함은 물론 무한한 재생에너지 특성으로 인해 자본과 권력의 집중이 분산되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기후변화의 또 다른 형태인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 캠페인 또한 소비자 행동이 동반된다면 화석연료에 기초한 시장자본의 이기적 이윤에 대한 매서운 경고로 작동할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게 있다. 지난 12월 발표된 문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최대용량은 박근혜정부 때보다 3.1GW나 늘었다. 시장자본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고 시민의 지지 하에 탄생한 정부일지라도 그 영향력에 옭매여 있음을 암시한다. 시민사회의 감시망은 더욱 확대되어야 하고 좀 더 매서워져야 한다. 향후 전개될 시민사회의 모든 캠페인이 ‘적극적 희망’을 담아 시장자본의 영향력 완화에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송상훈 (사)푸른아시아 상근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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