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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하나은행 '채용·횡령 비리' 단서 포착
고위관계자 "이번주 2차 조사 마무리하고 제재수위 결정"
2018-01-24 08:00:00 2018-01-24 10:54:1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에 대한 현장검사에서 다수의 채용비리와 '화장품 횡령' 등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번주 조사를 마무리하고 검찰고발 여부 등을 판단할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23일 "하나은행의 경우 지주 지배구조 점검만 중단했을 뿐 채용비리와 '화장품'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2차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2차 검사는 1차에서 혐의가 있는 곳을 추려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조사는 가급적 이번 주 중으로 마무리하고 검찰 고발을 할지 제재심의에 부칠지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도 "현재 막바지 작업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을 최종 확인하고 있다"며 "특혜채용의 경우 누구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당국은 1차 검사에서 하나은행이 지난 2015~2017년 사이 다수의 채용비리를 저지른 단서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자를 '외국어 능통자' 등 당초 채용조건에 없던 기준을 내세워 합격시키고, 필기시험과 면접 등 점수를 조작한 정황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또 하나은행이 지난 2016년 4월 화장품을 구입해 전 직원들에게 배포한 것과 관련해서도 업체 및 제품 선정과 관련한 의혹은 물론 문서조작과 횡령 등 혐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화장품 사건'은 과거 외환은행 노조의 임금인상분 반납 등 비용절감 경영을 진행하던 하나은행이 지난 2016년 3월말 개당 20만원에 달하는 화장품 2만개(총 40억원 규모)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지급한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다.
 
당국은 10억원 이상의 물품을 구입할 경우 '공개입찰'을 통하게끔 돼 있는데, 이를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점, 복지후생비 지출의 경우 5000만원 이상이면 노조와 협의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 절차 없이 계약을 진행한 것 등이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성 지원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화장품 회사와 2016년 1월쯤 먼저 구두계약을 완료하고 본계약 체결 전인 2월에 3000~4000여 세트를 따로 넘겨받은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이 선물세트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는 게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횡령과 문서조작 등 중한 범죄에 해당한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은행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차기 회장 후보 선임을 연기하라고 하나금융에 권고했으나, 하나금융지주가 이에 반발 회장 인선 절차를 강행하면서 '관치 금융'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급기야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민간 인사 개입은 없다"고 정리하면서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대한 지배구조 검사 일정을 회장 선임 뒤로 미뤘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배구조 점검과 별개로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와 하나금융 노조의 요청에 따른 특별검사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하나금융노조는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건과 화장품 사건 등과 관련해 금감원에 지주회장과 은행장에 대한 특검을 요청한 바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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