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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갈길 먼 일선병사 처우개선
2018-01-18 17:38:18 2018-01-18 17:38:18
최한영 정경부 기자
기자는 육군 병장으로 2년 간의 군 생활을 마쳤다. 일병 시절, 레바논 동명부대 파병 모집공고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서를 냈다. 지원 이유는 결국 월급 때문이었다. 파병기간 중 월 160만원씩 지급되는 급여를 모아두면 복학 후 학비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는 컸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대신 기자의 한 달 고참이 선발되는 모습을 부러운 눈빛으로 지켜봐야만 했다(고참은 6개월 파병기간 중 받은 월급을 적금통장에 알뜰하게 모았다). 군 생활 중 월급은 훈련병 시절 6만원, 병장 때도 10만원을 넘지 못했다. 전역 후 급여통장에 남아있는 돈은 거의 없었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을 PX(군대 내 매점)에서 구입하고 휴가 중 식사 몇 번 하는 것으로 월급은 사라져갔다.
 
미흡한 장병복지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휴가비로 인해 도서지역 근무 병사들이 제 돈을 들여 휴가를 가거나 군용 랜턴 등 필수품목을 병사들이 자비로 구입하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병사들의 불만은 전역 후에도 이어진다. 군은 올해부터 동원 예비군훈련 후 지급되는 보상액수를 기존 1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인상률로 따진다면야 무시할 수 없지만 “3일 동안 시간 버리면서 훈련하는데 민간인이 왜 ‘국방페이’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속 하소연이 더 와닿는다.
 
국방부는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안 공포에 맞춰 금년도 병사 봉급 인상분을 본격 적용한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병사 월급은 병장 기준 40만원을 넘기게 됐다. 병 봉급 인상이 완료되는 2022년에는 병장 월급이 67만6100원에 이른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생활을 하면서도 전역 시 한 학기 등록금 수준인 600만원 정도의 목돈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장병들에게 적정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처우개선의 시작이자 병사들의 목숨값이 ‘껌값’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여기에서부터 상급자들의 병사에 대한 존중은 시작된다. 그래야만 진지공사 후 복귀하던 병사가 “도비탄(총에서 발사된 탄이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긴 것)에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발표가, 사령관 부인이 공관병에게 새벽까지 인삼을 달이도록 하는 갑질이 사라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사병들의 복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과제들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약속에 걸맞은 후속조치를 기대한다. 가고 싶은 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수 남성들이 ‘군 시절은 내 인생의 암흑기’로 회상하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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