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전통시장 살리기, 방법이 틀렸다
입력 : 2017-12-04 06:00:00 수정 : 2017-12-04 06:00:00
20대 국회가 대형마트 규제 법안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거나 의무휴업을 늘리는 등 내용도 다양하다. 이들 법안의 주목적이 마트를 옥죄기 위한 건 아니다. 규제를 통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런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방법이 틀렸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대형마트를 규제할 경우 전통시장의 매출이 올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의무휴업에 따른 효과성 분석과 정책방안 연구’가 증명한다. 전국 1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대형마트·SSM 의무휴업일에 다른 곳에서 쇼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의무휴업일을 피해 하루 전이나 하루 후에 쇼핑한다는 응답자가 54.5%였다. 의무휴업일 당일 다른 곳에서 구매한다는 소비자(45.5%) 중에서도 13.9%는 영업하는 다른 대형마트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비중이 49.2%로 가장 높았고,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19.2%에 그쳤다. 다시 말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8.7%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와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가 내놓은 카드가맹점 빅데이터 분석 결과도 흥미롭다. 대형마트는 고객을 유입하는 효과가 있는 앵커 스토어(anchor store) 역할을 하고 이 혜택을 전통시장이 본다는 내용이다. 의무휴업일이 장기화할수록 대형마트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성장률까지 둔화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런 결과들이 말해주듯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유통업 발전 저해로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많다. 최근에는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점포수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홈플러스는 올해 신규 출점이 없었고, 내년에도 계획이 없다고 한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이른바 ‘빅3’ 백화점도 올해 신규 출점을 포기했다. 이미 많은 규제와 추가 규제 움직임으로 유통업 전체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런 정책적 실수는 애초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의 경쟁상대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비롯됐다. 진짜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미 효과가 없다는 게 드러난 대책에 골몰하는 건 어리석다. 규제라는 간접적 수단 대신 소비자의 발길이 저절로 전통시장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 시장의 지붕을 만들고 주차를 지원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노브랜드 전문점처럼 매출증대 효과가 나타난 대형마트-전통시장 간 상생모델 개발에 정부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정 상품의 판매를 전통시장에만 허용하는 등 특화상품 전략과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중소 면세점이 들어서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을 도시 랜드마크화 한 일본은 소비자와 관광객을 한 번에 끌어 모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깔끔하게 정돈된 점포와 지역별로 먹거리, 볼거리를 제공하는 일본의 시장은 그 자체가 관광지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도 한해 13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의 방문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될 수 있도록 눈을 돌려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원하면 우리도 일본 이상으로 잘할 수 있다.
 
김의중 국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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