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고아 수출국' 오명을 누가 씌웠나
입력 : 2017-11-10 06:00:00 수정 : 2017-11-10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1999년 발매된 스카이(고 최진영)의 1집 앨범 수록곡 ‘영원’의 뮤직비디오는 미국의 각기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형제의 비극적인 삶을 다뤘다. 경찰이 된 형이 자신이 죽인 범죄자가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오열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당시 사회문제를 뮤직비디오 소재로 다뤘던 사례가 드물었기에 이 뮤직비디오는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실제로 1956년부터 1998년까지 우리나라는 해외입양 세계 1위의 고아 수출국이었다. 대부분 미국으로 입양됐는데, 미국으로 해외입양되는 아이 3명 중 1명이 한국인이었다. 형제가 서로를 인지하지 못한 채 경찰과 범죄자로 만나 총을 겨누는 스토리는 허구일지라도, 195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입양아가 공식통계 기준으로 16만8044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후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 성장 속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해외입양 건수는 여전히 세계 4~5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해외입양아가 입양국의 시민으로 온전히 스미는 것은 아니다. 입양 절차상 문제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 해 불법체류자로 떠돌거나, 입양가정 내 문제와 인종차별 등의 이유로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외입양을 보내는 배경이다. 보통 해외입양 문제가 부각될 때면 해외입양 건수나 입양 수수로, 해외입양아의 인권 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입양엔 전제가 있다. 해외입양을 보내는 국가들이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듯, 입양아는 대부분 고아다. 사고로 부모를 잃은 경우도 있지만 절대다수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부모들이 왜 아이를 버리느냐다.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거나 베이비박스 등에 유기하는 사연은 다양하다. 아이를 키울 경제적 형편이 안 되거나,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게 힘겹다는 이유 등으로 양육을 포기한다. 이는 사회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된다. 기저귀·분유값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고, 미혼부모나 편부모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거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들로 저출산도 문젠데, 그나마 낳아진 아이들도 버려진다.
 
입양아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론 아이들이 버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고아가 줄면 해외입양도 줄고, 해외입양으로 인한 문제들도 자연적으로 해결된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보육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미혼부모·편부모 자녀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제도들을 개선해야 한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아동수당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주거·생활비 지원을 확대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보육시설 이용 등에 있어서 미혼부모·편부모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특히 부모가 될 준비가 덜 된 청소년들에 대해선 피임을 비롯한 성교육이 보다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단순히 고아를 줄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론 출산율 상승과 국가 경쟁력 제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단 대부분의 사회문제 해결이 그렇듯, 이 역시 정부의 의지가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김지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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