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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긴급조치 9호 피해자 145명에 대한 재심청구 결정"
전국 26개 검찰청에서 검사 직권으로 동시 진행
2017-10-19 14:00:00 2017-10-19 17:39:18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검찰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시민 등 유죄판결을 확정받은 145명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권익환 검사장)는 19일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혐의로 유죄판결이 선고된 132건 145명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26개 검찰청에서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심청구는 검찰의 3번째 청구이지만 전국단위 대규모로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역사상 처음으로 '태영호 납북사건' 등 6개 사건 피고인들과 1975년 유죄판결을 받은 박모씨 등 6건의 피고인 18명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친목계를 가장해 이적표현물을 만들고 반국가단체를 찬양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박모씨 등 7건의 사건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피고인 12명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이번 직권 재심청구 사건은 다른 사건과 병합되지 않고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만 처벌된 사건 중에서 피고인들 측에서 아직까지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사건들이다.
 
검찰의 직권 재심청구로 인해 약 40년간 전과자로 살아온 김모씨도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김씨는 30세 되던 1978년 9월 해외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다 귀국한 뒤 ‘유신헌법은 삼권분립에 반해 국민의 찬반토론 없이 제정되었으므로 철폐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청와대로 우송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충남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모(당시21세)씨는 1975년 6월 친구에게 ‘전국 기계과 체육대회가 무기 연기된 것은 문교부 검열 때문이다’라고 말 한 혐의(사실왜곡전파)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농사를 짓던 4. 19. 동지회 회원 김모(당시 45세)씨는 1975년 5월 ‘긴급조치 9호는 독재의 길로 가는 길이니 즉각 해제하라’는 내용으로 된 서신 6통을 작성해 배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긴급조치 9호는 1975년 5월13일 제정돼 2년 뒤인 1979년 12월7일 해제됐다.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이에 위반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3월21일 ‘국민주권주의에 비춰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학생의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자치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같은 해 4월18일 같은 이유로 위헌 판결했다.
 
검찰에 따르면, 긴급조치위반으로 처벌된 사건과 피고인은 현재까지 총 485건 996명으로, 이 중 420여명이 아직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앞으로 긴급조치 1호, 4호 위반으로 처벌된 사건 등도 순차적으로 검토해 직권 재심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의 직권 재심청구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후 강력하게 추진 중인 과거사 바로잡기의 한 일환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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