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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퇴진 박삼구...결국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상표권 계약분쟁·지역여론 조성…매각 무산, 금호타이어 직원들 나락으로
2017-09-27 06:00:00 2017-09-27 10:24:28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채권단 회의에서 자구계획안이 미흡하다는 결과에 따라 대표이사 해임이 확실시 된 상황에서 모양은 ‘경영퇴진’에 합의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부실 경영인의 ‘퇴출’이 기정 사실화 된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졸업 이후 3년 만에 자율협약 등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절차에 다시 들어가야 할 형편이다. 결국 매각 무산에 따라 채권단과 주주, 임직원과 협력업체 등은 ‘구조조정 고통 분담’이라는 힘겨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신규자금 투입을 비롯해 출자전환, 채무유예 등 채무재조정 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노조와의 갈등도 풀어야된다. 특히 금호타이어 정상화까지 대규모 신규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조와 구조조정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6일 채권단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주주협의회를 열고 향후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금호타이어의 자구안을 수용할지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사실상 의결권을 보유한  산업은행과 상당수 채권단이 자구안을 불수용하기로 이날 오전 결정하면서 자구안이 자동 부결됐다. 
 
박 회장은 지난해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 공고를 냈을 당시부터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밝혔다. 이후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하겠다고 나섰으나 채권단이 자금마련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아 중국 더블스타에 기회를 넘겨줬다.
 
더블스타로의 매각과정에서 수개월 동안 가장 큰 걸림돌이 된 부분은 상표권 계약조건이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놓고 더블스타는 사용요율을 매출액의 0.2%, 박 회장은 0.5%을 주장했다. 박 회장이 사용요율 0.5%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상표권 계약이 난항을 겪자 결국 채권단이 결국 양측의 사용요율 차이인 0.3%포인트만큼을 금호타이어에 보전해주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박 회장을 필두로 한 금호타이어 공장이 위치한 광주지역정서와 여론을 조성한 매각반대 분위기도 한 몫 했다. 금호타이어의 전국 대리점주와 협력업체, 전·현직 임원진, 임직원 등이 '부실 해외매각'을 주장하며 더블스타로의 매각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고용보장과 금호타이어의 기술 유출을 우려한 노조들 또한 매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펼쳤다.
 
그사이 금호타이어의 경영상태는 점점 악화돼 올해 상반기 5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더블스타는 이를 근거로 채권단에 금호타이어 매각가 9550억원을 8000억원으로 인하해줄 것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였으나 더블스타가 3분기 말 기준 영업이익 추가 하락시 매각가 800억원을 더 내릴 것을 요구하면서 채권단이 이를 거부, 더블스타로의 금호타이어 매각도 무산됐다. 금호타이어 매각 이슈로 영향을 받은 금호산업 또한 지난 2분기 20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 작년 같은기간 대비 적자전환했다.
 
박 회장은 중국공장 지분 매각과 유상증자, 대우건설 보유지분 매각 등을 통한 73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놨으나 채권단은 물론 재계도 이를 현실성이 없다고 봤고, 실현불가능 하다는게 정설로 나왔다.
 
결국 1년 간의 지지부진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매각도 무산되고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졸업 3년 만에 다시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채권단이 선택한 자율협약은 민간 구조조정 방식으로 기업에 주는 영업 타격 부담은 덜하다. 결국 박 회장의 상표권 분쟁과, 지역 정서를 이용한 매각 반대를 위한 반대, 정치권까지 동원해 매각을 무산시킨 결과는 금호타이어 직원들의 구조조정이라는 고통분담으로 다가온 상태다. 업계 후발주자인 넥센타이어 등이 70분기 연속 흑자를 낸 상황에서, 경영은 도외시 한체 반대만을 해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매각 반대는 이제 더 이상 명분이 없다"며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의적 명분을 내세워 매각 반대만을 주장하고 경영을 소흘히한 탓에 금호타이어를 결국 나락으로 빠트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FKI타워에서 열린 '2017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 환영만찬'에 참석해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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