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법원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KAI) 현직 임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자 검찰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법원과 검찰간의 ‘영장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서울중앙지검은 14일 KAI 상무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에 대해 “증거인멸죄는 자기가 아닌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성립되는 반면, 증거인멸 교사죄는 인멸 대상인 증거가 자기가 처벌받을 형사사건에 대한 경우에도 성립된다”며 “피의자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증거인멸죄가 아니라 증거인멸 교사죄”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피의자로부터 교사받은 실무자들도 분식회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자들이기 때문에 증거인멸 교사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이 사건에서 인멸된 증거는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의 분식회계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씨는 재무제표 작성을 담당하는 회계부서와 직접 관련이 없어 분식회계로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이 없는 개발부서 실무직원들에게 직무상 상하관계를 악용해 검찰에 제출할 서류 중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의 분식회계 혐의와 직결되는 중요 증거서류를 직접 골라내어 세절기에 세절하도록 교사한 것”이라며 “증거인멸 교사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어 “수사 단계에서의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의 주된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영장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전날 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박씨는 KAI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회계분식과 관련된 중요 증거를 골라낸 후 부하 직원에게 이를 파쇄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지난 11일 박씨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047810)(KAI) 현직 임원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13일 KAI 상무 박모씨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금품을 받고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해 10명을 부정하게 입사시킨 혐의(업무방해·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와,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는 전 본부장 윤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다만, 법원은 KAI비리 사건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사문서위변조·방위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구매본부장 공모씨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다. 공씨는 방위사업청에 고등훈련기 T-50 부품 원가를 100억원대 높게 책정해 납품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부품 견적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지난 8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 딸 정유라씨, 비선진료 이영선 전 행정관, '국정원 댓글' 관련자, 한국항공우주(KAI) 관련자 등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문제를 두고 일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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