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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청와대, 민심 읽는 인사를
2017-09-14 06:00:00 2017-09-14 06:00:00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적폐 청산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지금 정부의 탄생은 바로 그 적폐에서 비롯됐다. 검찰과 국정원 개혁, 사회에서 영원히 덮어질 뻔했던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것까지 비교적 잘했다는 평가다.
 
국민이 가장 목말라 했던 소통과 공감 능력도 여느 대통령보다 뛰어나다. 70%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문 대통령도 부족한 2%가 있다. 대표적인 게 인사 문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국정의 출발은 인사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사에 있어서만큼은 귀를 닫은 것처럼 보인다. ‘5대 인사원칙’은 이미 깨진지 오래고, 야당의 반대는 눈감아 버리기 일쑤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는 어쩌면 예견된 결과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부적격 소견을 낸 의원이 적지 않았다. 애초에 접었어야 할 카드였지만, 직권상정으로 밀어붙였으니 통과됐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을 일이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 때 청와대의 태도는 실망 그 자체였다. 박기영 씨는 ‘황우석 사태’에 깊이 연루돼 내정 단계에서부터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았다. 야당과 서울대 교수들, 시민사회단체까지 거세게 저항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오히려 공과가 있다며 싸고 돌았다. 박 씨가 결과적으로 임명 나흘 만에 물러난 건 전적으로 청와대 책임이다.
 
금융권 곳곳에서도 파열음이 작지 않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임명은 파워게임 하듯 청와대에서 힘 센 사람들이 밀어붙인 대표적인 케이스다.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에서 하루아침에 원장이 뒤바뀌었다. 노조와 여당 의원들이 나서 대놓고 반대했지만, 인사는 강행됐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배경에는 MB정부 고려대 인맥으로 통하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있었다는 말도 나왔다. 이렇게 이뤄진 인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 공모를 두고는 낙하산 논란이 재연되기도 했다. 지난 4일 신임 이사장 공모절차를 마쳤지만, 청와대에서 특정 인사를 미리 내정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노조가 반발하자 갑자기 26일까지 추가공모를 하겠다고 한다.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그동안 인사 파동 때마다 언론들은 여러 차례 청와대에 경고 시그널을 보냈다. 그러나 인사추천위원회는 일을 하는 건지 안하는 건 지 들은 척 만 척이다. 비검찰 출신으로 주목받았던 조국 민정수석의 검증칼날은 무딜 대로 무뎌진 듯 보인다.
 
청와대 인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내심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에 대한 거취는 민심을 제대로 읽고 판단해야 한다. 더 이상의 실패는 안 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릴 줄 아는 통 큰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김의중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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