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직' 금융권 협회장도 도로 관피아 조짐
"민간 출신 대표에 실망…업계입장 대변할 수장 원해"
입력 : 2017-09-14 08:00:00 수정 : 2017-09-14 08:00:00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금융권 인사에 장하성-김승유 라인이 도드라지며 금융협회에서도 관피아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할 당시 관피아 척결에 기대를 걸었던 금융권에서도 개혁의 퇴보를 우려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금융협회장의 교체가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이 지난 8월 이미 임기를 마쳤으며,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11월,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어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내년 12월,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은 2019년 6월 차례다. 여신협회의 부회장직과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은 지난 4월부터 이미 자리가 비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BNK금융지주회장, 금융감독원장직에 장하성-김승유 라인 인사가 단행되며 민간출신 회장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협회장에 다시 관피아 낙하산이 예상된다. 장하성 실장의 강력한 추천으로 금감원장 자리와 산업은행장 등을 민간출신으로 채운 만큼 공무원들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차원의 인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을 넘어 금융협회 등 유관기관까지 장악하면 금융권 컨트롤이 한결 편해지는 만큼, 임기가 끝나가는 협회장직을 민간출신이 하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4년 세월호 사태 당시 관피아 척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전국은행연합회장, 금융투자협회장, 생명보험협회장에, 손해보험협회장, 여신금융협회장, 저축은행중앙회장, 신용정보협회장 등 7개 금융협회장직 모두가 사상 처음으로 민간출신으로 채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다시 불기 시작한 관피아 낙하산 바람은 다음달 회장 선출일정을 마무리할 손해보험협회가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협회장 자리는 과거 청와대와 금융당국 의중에 따라 결정되어온 곳으로 당국 출신 관피아들이 차지해왔다.
 
만약 손보협회장직에 관료출신이 내정된다면 이어질 다른 협회장 자리에 또다른 관피아가 내정되는 것은 더욱 수월해질 수 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인사가 완료되면 퇴임 인사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며 "협회 입장에서도 당국 출신이라면 바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권 내부에서 민간출신 대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도 관피아 바람을 부추긴다. 한때 금융권에서는 민간출신들이 업계 현안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만큼 당국에 업계의 목소리를 잘 대변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임기 3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민간출신 대표들에게 걸었던 업계의 기대는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손보협회의 경우 민간출신의 장남식 회장에 대한 업계의 실망과 불만이 큰데다 새 정부가 보험료 인하 압박 등 보험업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당국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인사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장남식 회장이 임기 기간 못한 건 아니지만 민간 출신의 한계를 분명히 느꼈다"며 "정말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면 회원사들은 관 출신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투자협회의 경우 최근 은행의 신탁업을 두고 증권과 은행 양 업권간 이해관계가 충돌·대치하는 과정에서 은행연합회에 비해 역할을 못한다는 불만의 대상이 됐다. 또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해 초에는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상을 꾀했지만, 가맹점을 비롯해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히며 무산되며 여신협회에 대한 불만도 크다. 협회들이 정부와 연관이 있고 힘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관피아를 원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임기 3년째를 맞아 과도기를 겪고 있는 만큼 민간출신 대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시 관피아가 내려온다면 세월호 사태 이후 관피아를 척결하며 민간출신으로 대표를 내정한 것이 헤프닝으로 끝나게 된다"며 "당장 업권의 이익만 따져 관피아를 다시 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장 및 부회장이 공석인 민간금융협회들이 오는 10월 예정된 금융감독원 부원장 및 부원장보 인사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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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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