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폐지값 내리는데 골판지원지값은 왜 오를까
입력 : 2017-09-13 16:19:26 수정 : 2017-09-13 16:19:26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적인 원리 아닙니까?" 최근 기자가 만난 대형 골판지 원지사 임원은 '원지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반문했다.
 
이 임원은 최근 골판지 원지의 원료 격인 폐지 값이 치솟아 어쩔 수 없이 원지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폐지값이 오른 이유는 폐지업체들이 중국 등 주변 국가로 폐지 수출을 늘린 탓에 물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출만 없으면 폐지 수요는 국내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재활용 원료업계가 수익성을 위해 과도하게 폐지를 수출하는 것이 공급 부족을 초래하며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재활용 원료업계의 설명은 원지사와는 사뭇 다르다. 폐지가 일부 수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 6월부터 폐지 수입 심사를 강화한 데다 이달부터는 아예 수입을 금지시켰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폐지 수출량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인데 원지사가 여전히 폐지 가격 인상 원인을 폐지를 수집하는 자원 재활용업체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대형 원지사들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원지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기엔 뭔가 찜찜하다. 전국에 대형 공장을 갖추고 있는 원지사들의 경우 압축 폐지를 ‘사재기’해 공장 야적장에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아간 대형 원지사 공장 두 곳에서도 이같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얼핏 봐도 완성된 제품인 원지를 싣고 공장을 떠나는 트럭보다 압축된 폐지를 가득 싣고 공장으로 들어가는 트럭이 갑절은 많았다. 이에 대해 원지사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미리 물량을 확보해 놓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최근 원지 가격이 또 올랐다. 사재기 해둔 바로 그 폐지로 만든 원지 가격이 오른 것이다.
 
국내 골판지 시장은 원지부터 상자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4대 메이저 그룹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대양그룹, 아세아그룹, 태림그룹, 삼보판지그룹이 그들이다. 이들 그룹 대형 원지사들은 하나같이 "계열 판지사라고 유무형의 편의를 봐주는 일은 절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중소형·영세 업체들 역시 하나같이 "대형 원지사들은 '슈퍼 갑'이다. 폐지 가격뿐 아니라 골판지와 상자 완제품 값을 좌지우지한다"고 하소연한다.
 
언듯 보기엔 누구 말이 사실인지, 또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의 영업이익률 등 실적 지표를 살펴보면, 어느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지 판단하는 일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정글 논리가 판치는 시장이다.
 
정재훈 중기벤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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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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