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무엇이 역차별인가
입력 : 2017-07-13 11:26:01 수정 : 2017-07-13 11:26:01
[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정규직 전환이 예상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상당수는 단순노무직 또는 숙련기능직 노동자들이다. 이를 감안할 때 모든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없앤다면 가장 합리적인 방식은 기준을 정해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경험이 중요한 직무의 특성상 다시 사람을 뽑는 건 비효율적이다. 구인공고를 내는 것부터 돈이고, 사람을 뽑으면 교육에 또 돈이 든다. 또 모든 직원이 일정한 수준의 숙련도에 도달하기까진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비정규직 대책을 일부에선 역차별이라고 말한다.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택한 노동자들의 무임승차라 말하고, 수년간 스펙을 쌓으며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한 취업준비생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행위라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원칙적으로 비정규직을 없애되, 기존 정규직 신규채용 절차에 준하게 공개채용을 실시해 다시 정원을 채워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그래야만 공정성이 담보되고, ‘노력과 보상이 비례하는’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목적론을 비롯한 철학적 관점에서도, 합리성과 민주성이 중시되는 공익적 관점에서도, 효율성이 강조되는 경제적 관점에서도 정의와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채용은 일할 사람을 구하는 행위다. 직무에 적합한 능력·자격·지식·경험을 기준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전문직과 연구직, 사무직은 대게 기준이 까다롭다. 높은 수준의 최종학력과 어학능력, 지식수준이 요구된다. 대신 근로조건이 높아 지원자가 몰린다. 서류전형, 필기시험, 인·적성검사, 실무능력평가, 면접평가 등의 절차로 진행되는 공개채용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보안, 시설관리, 청소, 민원안내, 전화상담, 음식조리 같은 단순노무직, 숙련기능직, 서비스직에는 경험과 성실성이 최고의 스펙이다. 현재로선 각 기관에서 수년간 이 일들을 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고스펙자다. 이런 현실을 부정하는, 껍질뿐인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인위적 물갈이는 업무의 효율성과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 그 피해는 국민이 본다.
 
특히 단순노무직 등은 전문직, 연구직, 사무직과 직군부터 구분된다.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기존 정규직 직군에 대한 채용은 별도로 진행된다. 역차별 우려가 높은 교육·중앙행정기관의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파견·휴직 대체인력이라 ‘상시·지속적 업무’라는 전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신 대체인력 규모에 준해 정규직 정원을 확대하고, 확대된 정원에 대해선 신규채용을 실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본질적으로 ‘역차별’, ‘무임승차’ 논란의 출발점은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보단 비정규직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아닐까 싶다. 역차별과 무임승차란 말은 자격 없는 사람이 혜택을 볼 때 쓰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열악한 근로조건, 고용불안에도 묵묵히 일터를 지켜온 노력’이 ‘스펙 쌓기와 채용시험 준비에 쏟은 노력’보다 못하다는 전제 아래 쓸 수 있는 말이다. 차별을 만드는 건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이 아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자신의 손해로 받아들이는 이기심과 보상심리다.
 
김지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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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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