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새 정부 금융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
입력 : 2017-07-13 08:00:00 수정 : 2017-07-13 11:29:18
과거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른바 돈 되는 투자에 집중하면서 시장을 성장시켰다. ‘성장’에 방점이 찍히면서 투자자 보호 보다는 수익을 최우선으로 뒀다. 하지만 2010년부터 이 같은 기조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금융 정책은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선회했다.
 
미국은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통해 예금 취급기관 및 소매대출상품 취급기관에 대한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국(CFPB)를 신설했다. 영국도 기존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청(FSA)을 해체하고 영업행위 감독원(FCA)과,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산하의 건전성감독원(PRA)으로 분리하는 등 감독체계를 개편했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크게는 서민금융 지원 확대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라는 두 가지 틀이다. 다소 늦었지만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속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까.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너무 옥죈다’는 볼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연 27.9%인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단계적으로 인하한다는 방침에 2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수익 축소, 불법사채 시장 확산 등에 대한 걱정이다.
 
보험업계는 적자 상황이라며 정부의 실손 보험료 인하 방안에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8월부터 시행될 우대 수수료율 적용 영세·중소 가맹점 확대 정책을 놓고 벌써부터 울상이다. 이 경우 연간 최대 3500억원의 수익이 감소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은행의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외국계 씨티은행은 IT기술 등의 발전에 따른 경영 효율화 차원으로 126개 점포를 36개로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점포 폐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고, 감독당국은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행정지도에 나서는 등 샌드위치 압박을 하고 있다.
 
시장 일부에서는 정부 등의 금융권 옥죄기 강도가 더 강해질 경우 금융시장 위축과 퇴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국가 경제의 혈맥으로 중요한 산업”이라면서 “국가경제가 성장하려면 금융 시장도 같이 성장해야 하는데 과거와 같이 정부가 틀어쥐고 가는 관치금융이 부활하면 금융시장은 퇴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새로운 금융당국 수장에 대한 ‘인물론’을 내세우는 쪽에서는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신임 금융위원장에 최종구 후보자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새 정부 주요 장관 인사에서 가장 마지막에 금융당국 수장이 인선되면서 ‘금융홀대론’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최 후보자의 경우 대내외에서 상당히 평판이 좋은 인물이다.
 
최 후보자는 관리형 관료로 금융정책을 일관성 있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늦은 만큼 ‘속도’가 필요한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 시장을 구성하는 한 축인 업계의 상황을 감안한 ‘형평성’ 있는 정책, 그리고 시장의 발전과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정책.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정책을 펼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첫 금융당국 수장이라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는 해도 되지 않을까.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금융당국 수장에 대한 국민들의 강력한 신뢰를 감안한다면 말이다.
  
고재인 증권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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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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