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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그럼에도 불구하고'…스튜어드십 코드, 국민연금의 갈 길
2017-06-29 08:00:00 2017-06-29 08:00:00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이미 전 세계 주요국 공적 연기금에서 보편적으로 자리잡았는데 국민연금은 아직도 당위성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 대해 제대로 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의 자조 섞인 얘기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도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2014년 처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지를 드러내며 공론화에 나섰고 이듬해 금융당국 주도로 위원회까지 꾸렸지만 재계 반발에 지연되고 시장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기는 계속 늦춰졌다. 지난해 말 어렵사리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안이 나왔고 기관투자가들이 잇따라 도입의사는 밝히고 있지만 아직 공식 도입한 곳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위탁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위탁자의 수익 극대화 관점에서 자산을 운용해야한다는 행동지침이다. 강제 규범이 아니라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법적 강제성이 없고 기관투자가가 자율 판단해 도입할 수 있다. 지금은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도입을 검토하는 초기다. 사공이 많은 만큼 자본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의 빠른 참여가 필수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최근 보수단체가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국민연금이 기금을 투자한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곧 정부의 기업경영 간섭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드 시행을 규제 당국이 주도하기 때문에 주관적 판단에 따른 특정기업 견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기관투자가들이 환경이나 사회, 지배구조(ESG) 관점에서 경영에 관여하면 회사 경쟁력을 깎아 내릴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런 걱정은 도입 전에 했어야 했다. 긴 과정을 거쳐 제정된 것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게 채택하는 것이 옳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복지부 산하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 영향력 행사 시도는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국민연금의 독립성 강화도 필요한 것이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강화와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로 개편하는 작업과 더불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이뤄진다면 경영간섭으로 인한 폐해는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을 경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이 간과돼 온 게 사실인 만큼 서둘러 채택에 나서 기관투자가의 성실 의무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 재벌기업들이 가진 지배구조의 취약성과 불투명한 경영의사결정 과정에 의해 주주의 권리가 상당부분 등한시돼 왔던 게 사실이었음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취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인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격 도입이 해소할 수 있다. 이미 우리보다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일본, 홍콩, 대만 등 10여개 국가에서 증시 재평가의 계기로 삼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책임투자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됐다고 보는 이유다. 어차피 가야 할 길, 허투루 쓰는 시간이 아깝다.
 
차현정 프라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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