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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 재건 나선 한때 1등 브랜드사…부활 '신호탄'
한국화장품·에스콰이어·삼양식품 등 턴어라운드에 '미소'
2017-05-29 06:00:00 2017-05-29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유통업계 업종별 1세대 브랜드들이 '잊혀진 과거'이자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부활의 날개짓을 펴고 있다. 경기 침체와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도 재무구조 개선과 마케팅 전략 변화를 앞세워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6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던 한국화장품(123690)은 2010년 론칭한 브랜드숍 '더샘'의 흑자전환을 필두로 '화장품 명가' 재건에 나섰다.
 
그동안 한국화장품은 연속적자로 악화된 재무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 서린사옥을 2014년 8월 837억원에 매각하는 등 부동산자산을 팔며 힘겹게 버텨왔다. 더샘이 중국에서 불어온 'K-뷰티' 열풍을 타면서 지난해부터 '턴어라운드'를 달성한 것은 한국화장품에게 '단비' 같은 호재가 됐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화장품의 올 1분기 매출은 510억원으로 전년 동분기대비 52.9%,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1억원 69억원으로 641.5% 408.5% 증가해 사드보복 이슈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껑충 뛰었다.
 
한국화장품은 100%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을 통해 더샘을 론칭한 2010년부터 연속 적자행진을 달리다 지난해 처음 턴어라운드했다. 한국화장품의 지난해 매출은 1607억원으로 전년대비(984억원) 63.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7억원이다. 한국화장품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더샘 매출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실적 턴어라운드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화장품 1세대'로 군림하던 한국화장품은 과거 '쥬단학', '템테이션' 등 브랜드를 통해 아모레퍼시픽과 어깨를 나란히 한 '화장품 명가'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 브랜드숍 중심으로 화장품시장이 재편되며 시장에서 도태됐다.
 
이에 임충헌 한국화장품 회장은 2010년 화장품 판매와 부동산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한국화장품'과 제조만을 담당하는 '한국화장품제조'로 인적분할했다. 같은해 6월엔 한국화장품을 재상장하고 100%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을 설립해 브랜드숍 더샘을 론칭했고, 뒤늦게 이같은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제화명가'였던 에스콰이아도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에스콰이아는 다음달이면 패션그룹형지에 인수된지 2주년을 맞는다.
 
형지로부터 인수되기 전 에스콰이아는 해외 브랜드 유입과 무리한 사업영역 확장 등으로 2014년 매출 1125억원, 영업손실 178억원, 2015년 매출 619억원, 영업손실 95억원 등 극심한 실적부진을 겪으며 워크아웃까지 진행됐던 기업이다.
 
그러나 2015년 6월 '형지에스콰이아'로 새롭게 태어나며 재도약 중이다. 인수 직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신했고 55년 전통의 제화명가에서 '대한민국 대표 패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 중이다.
 
실제 사업 안정화의 배경에는 전방위적인 기업문화 변화가 주효했다. 형지 인수 직후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사내 조직 '창공비행팀'을 신설해 문제점 진단과 직원들의 현장 경영과 체험을 강화하는 등 기업 문화를 정착해 나갔다. 또한 소비자 대상 브랜드 조사를 실시해 고객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또한 명품 수제화 공법을 적용한 프리미엄 슈즈를 대중화시키고, 유명 디자이너를 디렉터로 영입해 최신 트렌드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젊고 트렌디한 제품을 선보이며 이미지 개선에 적극 나섰다.
 
최근엔 부산에 위치한 상가 건물 및 토지 매각을 진행하는 등 재무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자폭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7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 영업손실은 14억원 규모다. 이는 전년 누적 3분기(2015년 07월~2016년 3월) 영업손실액인 25억원 보다 개선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30억원으로, 전년(-197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라면원조' 삼양식품(003230)도 최근 구겨졌던 자존심을 세우며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주력 제품인 '불닭볶음면'의 해외 매출이 급증하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200% 이상 늘었다.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하며 '라면의 원조'로 통했지만 오뚜기와 농심에 차례로 밀리며 고전하던 가운데 불닭볶음면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릴 기세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2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도 71억원에 비해 253.5%나 증가했다.매출액은 3593억원으로 23.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18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사실 삼양식품은 1963년 국내에 최초로 '삼양라면'을 출시하며 '라면명가'로 불렸다. 극심했던 식량난을 겪었던 당시 1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주렸던 배를 채워주며 '국민간식'으로 등극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안성탕면'과 '신라면'을 내놓은 농심에 1위자리를 내줬다. 2010년대부터는 오뚜기에게도 밀리기 시작해 최근에는 국내 시장 두자릿수 점유율을 간신히 지키며 고전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이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뒤늦게 인기를 얻으며 삼양식품 전체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의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수출액은 각각 20억원, 70억원에 불과했지만 3분기부터 4분기에 각각 240억원, 320억원을 기록하며 급증했다.
 
올해는 수출전용 제품 개발 등 해외 시장공략에 공을 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그간에는 기존의 현지 거래처 중심으로 주문을 소화하는 단계였다면 올해부터는 신규 거래처 발굴에 중점을 두고 거래선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해외시장 성장을 발판 삼아 국내 마케팅에도 주력해 점유율 회복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뒤늦은 대응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1세대 브랜드들의 부활 조짐이 곳곳에 눈에 띈다"며 "시장을 선도했던 노하우가 있는만큼 성장 발판만 다시 마련한다면 얼마든지 옛 명성을 재현할 저력이 있는 기업들"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 매각된 한국화장품 서린동 본사(왼쪽)와 삼양식품 본사.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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