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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4명이 밥 한 숟가락씩 덜면 5명이 먹습니다"
이창호 더불어사는 사람들 대표, 무이자·무담보·무보증 3무 원칙 고수
"소액대출, 희망의 불씨 되살린다…서민금융 소액 긴급대출 사업 키워야"
2017-04-26 08:00:00 2017-04-26 08:00:00
[뉴스토마토 윤석진 기자] '더불어사는사람들(사단법인)'은 함께 나누는 신용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11년 8월에 설립됐다. 가계부채 1300조, 유례가 없는 경기침체 속에서 고통 받는 서민들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이창호 대표는 4명이 밥을 먹을 때 한두 숟갈만 덜면, 5명이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일념 하나를 가지고 수년간 1000명의 사람에게 소액 대출을 제공해왔다. 저금리 대출도 아닌 무이자로 대출을 진행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로부터 곧 망할 것이라는 핀잔을 들었다. 신용등급보다 자활 의지를 먼저 보는 평가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그러나 아랑곳 하지 않고 올해까지 4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대출 수요가 쇄도하자 과감하게 비대면 대출 방식을 도입해 지원을 확대했다. 그 결과, 지원 받은 사람들은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고, 대출 상환금은 십시일반 모여서 또 다른 어려운 사람의 돕는 씨앗으로 쓰였다. '금융권의 신용불량자가 마음의 신용불량자는 아니다'란 믿음을 가지고 오늘도 긴급자금이 필요한 곳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이창호 대표를 <뉴스토마토>가 만나봤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더불어사는사람들'은 어려운 분들과 함께 나눔·신용·협동사회를 만드는 금융복지실천 대안 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소액 대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무이자, 무담보, 무보증 등 3무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대출은 거의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최근 은행권에 유행하는 비대면 서비스를 우리는 5년 전부터 제공하고 있었던 셈이다.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리시면, 필요한 서류만 팩스로 받아보고 자금을 지원해 드린다. 은행은 개인신용등급이나 상환 가능성을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나, 우리는 그 사람의 능력 보다는 처한 상황을 더 중시하기에 신용등급 조회 같은 절차를 생략한다. 대신 어디에 돈을 쓸지 주의 깊게 본다. 보통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같은 공과금, 자녀학비, 의료비, 자녀 기저귀나 우유 값이 필요한 분들에게 소액을 대출해준다. 또 빌린 돈을 성실하게 다 갚은 분께는 추가로 대출을 해드린다. 단계별로 자활을 지원하는 시스템인데, 대출 받은 분이 대출금을 다 상환하면, 그 상환금은 또 다른 어려운 위해 사용되는 씨앗이 된다. 어려운 분이 다른 어려운 분을 돕는 선순환 구조인 것이다. 물론 3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가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부터 협동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든다는 모토가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1974년 지엠코리아 자동차(주) 직장신용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했고, 그 이후로 줄곳 협동조합설립의 꿈을 키워왔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각종 협동조합 교육을 받으면서 마이크로크레디트 전문가 최고경영자(CEO) 과정을 수료했다. 그러던 중 뜻이 통하는 만나 2011년 8월경 설립총회를 열고, 몇 개월을 준비한 끝에 2012년 1월부터 소액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더불어사는사람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주변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소소하게 지원이 이뤄졌다. 힘든 사람이 있으니 한 번 도와 주라는 말에 12개월 분할상환 조건으로 100만원 가량을 빌려드렸다. 물론 이자는 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 해 6월 무렵 우리가 하는 일이 공중파를 타면서, 전국에서 대출 요청이 엄청나게 쇄도했다. 감사하게도 5년간 1억5000만원 정도의 후원도 들어왔다. 이 무렵 대출 요청이 많아져 대출 방식이 지인 추천에서 자기 추천으로 바뀌었다. 차비 1000원이 없다는 분, 아이 분유 값이 없다는 분, 상한 이를 치료하고 싶다는 분 등 자금 사용처는 다양했다.

-서민을 대상으로 무이자, 무담보로 대출을 진행하는 게 인상적이다. 그러나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은가.
 
뭘 보고 돈을 빌려주냐는 말을 많이 듣지만, 신용불량자라도 일단은 신뢰하려고 한다. '금융권에서 신용불량자이지, 마음의 신용불량자는 아니다'란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돈을 빌려가시고 연락을 끊으시는 분도 있어서 안타깝지만, 회수율은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지금까지 1000건, 3억5000만원 규모의 대출이 집행됐고 이중 85%가 회수됐다.
 
-필요한 재원마련은 어떻게 하나.
 
창립 당시 후원금과, 출자금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지속해서 후원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거금을 후원하는 것은 아니다. 소액 후원자들의 지원이 대부분이다. 특이한 것은 우리 대출을 받은 분들이 대출자에서 후원자로 바뀐다는 점이다. 1000원, 5000원일지라도 꾸준히 후원해주신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지방에서 택배 사업을 하시는 분이 다마스 살돈이 없어서 100만원을 지원 받은 적이 있는데, 사업이 잘돼서 지금은 빚을 다 갚고 후원자로 변모했다. 도움을 받지 않았는데도 후원해 주시는 분도 있다. 20대 여성분이 치과 갈 돈이 없다며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렸기에, 돈 대신 의사를 소개해 드렸다.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게끔 다리를 놔드린 것이다. 그런데 그 여성분이 그사이 돈 문제가 해결돼 치료를 받으셨고, 우리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셨는지 6개월 간 5만원씩 후원해 주셨다. 이런 도움이 모여서 또 다른 사람을 돕는 재원이 됐다.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뒷줄 중간)가 7회 정기총회에서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사는사람들
 
-일하면서 힘든 점은.
 
지원을 받으신 분과 연락이 안될 때 아쉬움을 느낀다. 어떤 여성분이 둘째를 낫고 산후조리원에 갈 돈도 없다고 해서 몇 차례 대출을 해드렸는데, 이후 아예 연락이 끊겼다. 대출을 성실하게 갚는 것은 본인의 자활 의지를 북돋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데 안타까웠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대출 조건을 좀 까다롭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우리가 제도권 은행이 되는 거라,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 핸드폰 요금이 연체되어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고 공중전화로 전화가 와도 일단은 믿고 대출을 해드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서민금융 공약이 나오고 있다.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정책이 있다면.
 
기업이 어려우면 공적 자금을 투입하듯,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은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 지금 서민금융은 너무 협소하고 지원 규모도 미미하고 본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휴면예금을 가지고 긴급자금 대출을 하고 있으나, 이건 신용회복 과정을 진행하거나 워크아웃 받은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또 일부 지역자활센터에서도 긴급대출을 해주고 있지만, 이것도 제한적이다. 딱 자기 지역 회원들을 상대로만 지원이 이뤄진다. 사실상 전국 단위의 소액 긴급대출이 없는 실정인 셈이다. 차기 정부는 이점을 감안해 소액 긴급대출 사업을 키웠으면 한다. 기존 기관의 기능을 확대하든,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든 이 부분은 꼭 필요하다.
 
-소액대출업을 진행하면서 참고한 제도나 인물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방글라데시에서 소액대출 운동을 전개한 그라민뱅크의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를 만난적이 있다. 2009년, 2011년에 2번 만났다. 이 분께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사후 관리에 관한 부분이었다. 대출 상환율을 높이려면 자금 지원과 함께 종합 관리가 병행 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대출자의 건강관리를 해주고, 텃밭채소 심기, 아이들 교육 등의 소소한 철학을 강조했다. 우리도 유누스 박사의 조언을 감안해 현재 대출과 함께 각종 상담을 진행해 대출자의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종합관리 차원에서 가계부 쓰기도 진행한다. 최근에는 서민금융연구포럼의 조성목 회장을 만났다. 이 분도 본받을 점이 많다. 대출 수요자, 연구자, 정부기관, 사회단체 등을 아우르는 전문포럼을 만든 분인데, 이처럼 서민금융이 발전하려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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