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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경제공약 탐구)⑨재벌개혁, "정경유착 적폐 끝낸다"…경제민주화 과제 총집합
문 "4대재벌 개혁 집중"…안·유 "공정한 시장경제"…심 "경제범죄 엄벌"
2017-04-24 06:00:00 2017-04-24 06:00:00
[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유행시켰던 당사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업으로부터 592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 롯데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도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로이어지는 국정농단 세력들의 정경유착이 탄핵과 조기대선을 불러온만큼,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재벌개혁, 기업 경영 투명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4대재벌 개혁 집중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우선 '4대재벌'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월 재벌개혁 정책을 발표하며 "30대 재벌 자산대비 비중을 보면 삼성재벌의 비중이 5분의 1, 범삼성재벌로 넓히면 4분의 1에 달한다. 4대재벌 비중의 2분의 1, 범4대재벌로 넓히면 무려 3분의 2로 재벌도 양극화돼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우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투명한 경영구조 확립을 최우선 개혁 과제로 꼽는다. 집중투표제, 전자투표, 서면투표 의무화로 기업에 대한 주주들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고, 감사위원과 이사 선출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영에 있어 근로자측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공공부문부터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고, 이를 4대재벌, 10대재벌 순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방안으로 주주대표소송 단독주주권, 다중대표소송제, 다중 장부열람권도 제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재벌의 중대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고 법정형을 높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한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역시 상위 10대 재벌을 중심으로 규제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고, 재벌의 업종확대를 제한한다. 특히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갑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금산분리' 원칙 역시 철저히 지킬 방침이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정치권력의 기업경영자유 침해에 대해서는 '대기업 준조세금지법'을 만들어 정경유착의 빌미를 사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청산을 위한 '적폐청산 특별조사위원회'(가칭) 설치와 이를 통한 부정축재 재산 몰수도 추진한다.
 
아울러 문 후보는 중소기업·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해 그동안 재벌에 주어졌던 각종 특혜 제도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제도를 폐지·축소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재정 여유분은 중소기업 등에게 흘러가도록 했다. 특히 지난해 여름철 전기요금 대란 당시 논란이 됐던 가정용-산업용 전기료 형평성 문제에 대해 산업용 전기료를 현실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받은 것으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관한 개선책도 담았다.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고, 관련 자본시장법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총수일가, 소유한 만큼만 권한행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 3월 경제개혁 과제를 발표하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로의 경제력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그 결과 하도급 시장의 불공정 문제, 임금시장의 불평등 문제와 이로 인한 양극화가 초래됐고,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보듯 재벌의 정경유착 관행이 과거보다 더욱 고착화되는 등 내재적인 문제 또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 후보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재벌개혁의 구호로 삼고 있다. 기업범죄 형량을 강화하고 비리 기업인에 대한 사면을 제한하는데서부터 정경유착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불법행위자의 회사경영 참여금지 ▲재벌총수일가의 사익 편취제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이해관계자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행사 제한 도입 등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공익법인(재단)을 통한 상속세 회피와 부당한 지배권 행사를 방지하고,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 요건을 강화하고, 사업연관성이 있는 (증)손자회사 보유만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즉, 총수일가가 가진만큼만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것이다.
 
편법증여수단으로 활용되는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를 적발하기 위한 공시 제도를 강화하고, 규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일감몰아주기 과세 요건에 내부거래금액 기준을 마련한 뒤 증여이익 계산방식을 개정해 실효세율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는 불공정 거래 적발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강화를 지지한다. 공정위 임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한다. 동시에 공정위 의결 절차와 내용에 대한 투명성도 높인다.
 
공정위는 필요시 기업분할명령 같은 강력한 제재조치를 통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데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게 안 후보의 생각이다. 다만 소비자 등 관련 주체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직접 찾을 수 있도록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폐지할 계획이다.
 
안 후보 역시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부정한 영향력 행사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손해배상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방안을 발표했다. 스튜어드십코드 채택 등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도 약속했다.
 
홍준표 "자유주의 시장질서 우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재벌개혁에 관한 명시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홍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전부 대기업 때려잡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서민들을 잘 살게 해주는 게 경제민주화"라는 입장이다.
 
그는 "재벌을 포함해 기업을 범죄시하는 시각은 옳지 않다"며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투자도 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친기업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승민 "갑을관계 횡포 근절 특별법 제정"
 
'경제정의가 살아 있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내세우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재벌들은 혁신적 기업가정신 대신 경영권 세습에 집착하고 있다"고 일침한다. 계열사 일감을 받고,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내수업종 장악, 면세점 사업, 협력업체에 대한 단가인하 강요, 기술탈취, 인력 빼가기 등 불공정 거래가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유 후보는 이러한 재벌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로 벤처, 중소기업이 밀려났고 결국 혁신 생태계가 망가졌다고 주장한다.
 
유 후보는 경제정의를 위한 첫번째 과제로 '공정거래 관련법령의 집행강화를 위한 특별법'(가칭) 제정을 약속했다.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를 위한 11개의 관련법이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점에서 상위법인 특별법을 제정해 법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불공정행위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행위금지청구를 할 수 있도록 공정위의 전속고발권도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업의 사업활동 위축 우려를 감안해 형사처벌 대상 행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유 후보는 "총수일가는 개인회사를 세우고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엄청난 사익을 편취하면서 경영권 승계자금을 마련해왔다. 이런 편법으로 능력과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3세, 4세들이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다"며 "이들이 창업자의 혁신적 기업가정신까지 이어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주장한다.
 
총수일가가 계열사 일감을 받기 위한 개인회사를 설립하지 못 하도록 하고, 동일한 기업집단에서 분리된 친족 재벌기업들 사이에 발생하는 '서로 밀어주기 거래'도 규율한다는 방침이다. 재벌총수일가 및 경영진에 대한 사면·복권도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심상정 "50억원 이상 배임횡령 집행유예 금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경제정의를 해치는 재벌의 모든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약속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한다. 심 후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예로 들며 부당이익 등 범죄수익을 전액환수하고, 전경련을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 해체를 주장한다.
 
특히 50억원 이상 배임·횡령죄에 대해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집행유예를 불가능하게 하며, 재벌일가의 황제노역 및 황제 면회를 금지한다. 형집행정지 가석방 사면도 제한하고 횡령, 배임 등 특경가법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을 경우 기업체에 임원으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한다.
 
▲주주대표소송 단독주주권 ▲이사선임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감사위원선입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3%로 제한 ▲일정규모 이상 기업 노동자 추천 이사 선임 등은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도급법상 구매강요, 공정거래법상 위법 행위 등 재벌의 모든 불공정 행위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되도록 한다는 강력한 안을 내놨다. 심 후보 역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재벌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공약도 있다. 공기업, 대기업 최고경영자 및 고위임원에 최저임금에 연동된 임금상한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공기업은 10배(약1억5000만원), 대기업은 30배(약4억5000만원)의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하도급법, 대리점공정화법에 단체구성 및 집단적 교섭제도를 도입하고, 가맹본부와 가맹점감 이익공유제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원내 5당 대선후보 재벌개혁 관련 공약 사항. 자료/각 캠프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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