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협력업체 대표들이 28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 특히 중국 매각 추진에 대해 결사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컨소시엄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안을 보고 판단키로 해 기존 불가 방침이 깨졌다. 박 회장 측은 사실상 불허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경우의 수가 생겼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28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가 박삼구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요구안 관련 안건에 대해 부결 처리하고, 우선매수권 행사기한 내에 구체적이고 타당한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할 경우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한 안건에 대해 대해 가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추후 컨소시엄 구성안을 받아보고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당초 우선매수권의 제3자 양도 불가 원칙에 따라 박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요구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고용불안과 기술유출 등을 이유로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컨소시엄 허용 여부 검토로 선회했다. 더블스타의 소송 가능성과 정치권 압박 사이에서 고심하던 채권단은 결국 시장 예측대로 중재안을 택했다.
컨소시엄을 무조건 배제하는 최악의 경우는 피했으나, 박 회장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 결정 직후 입장 자료를 통해 "컨소시엄 허용 안건을 부결시키고 한편으로는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검토의 가치도 없다"고 비난했다. 반발이 심해 컨소시엄 구성안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소송 등 법정싸움으로 갈 수도 있다. 박 회장 측은 채권단이 컨소시엄 허용안을 논의해달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것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컨소시엄 구성안을 내더라도 채권단이 허용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 사주가 투자자들들 끌어 모아 부채 부담을 인수 기업에 떠안기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지한다는 게 채권단의 기본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도 금호아시아나에 컨소시엄을 허용해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지만, 조건이 불만스러울 경우 민관합작펀드로 인수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채권단의 계약 파기로 더블스타에 위약금을 물거나,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다.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경제보복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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