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특검의 칼과 우병우의 방패
2017-02-20 06:00:00 2017-02-20 08:57:55
지난 18일 오전 10시에 이루어진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특검의 소환조사는 19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 끝에 다음 날 오전 4시 30분경에 마무리 되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이 청구되고, 인용이 된다면 의미는 매우 클 것이다. ‘법’을 제일 잘 아는 소위 ‘우꾸라지’ 민정수석의 철두철미한 증거인멸 행위를 극복하고, 무소불위 권력의 정점에서 교묘하게 권한을 남용하며 법을 우롱해 온 인사를 구속함으로써 박대통령과 최순실을 둘러싼 게이트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 망신창이가 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민정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여 건실한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것에 그 소임이 있으며, 대통령의 칼로서, 공직사회는 물론 대통령 측근에 대한 감사권을 가지고 사정기관들을 통할하여 검찰 인사권을 사실상 장악하는 등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거나 측근 비리가 발생했다면 이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특검법 제2조 9호와 10호에서는 ‘제1호부터 제8호까지의 사건(최순실 국정농단 의미)과 관련해 우병우 전 수석이 민정 비서관 및 민정수석비서관 재임기간 중 최순실 등의 비리행위 등에 대해 제대로 감찰, 예방하지 못한 직무 유기 또는 그 비리행위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를 방조 또는 비호했다는 의혹’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재단법인 미르와 재단법인 K 스포츠의 모금 및 최순실 등의 비리행위 등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 수석 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하여 해임되도록 하였다는 의혹’을 특검의 수사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특별히 수사하도록 했다.
 
특검 수사 시작 전, 우 전 수석에 대한 혐의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었다면, 특검 출범 62일 현재 그에대한 혐의는 지극히 공적이고 심각한 것이다. 특검은 그가 자신의 막강한 권한을 이용하여 각종 공직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감행하는 등 국정 농단의 중심에 서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하여 문체부의 좌편향적 인사 5명에 대한 보복성 인사에 개입 하였고, CJ의 영화 사업과 관련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문책하도록 하면서 담당 국장이 ‘검찰 고발’이 아닌 ‘시정명령’이라는 약한 처분을 내렸다는 이유로 명예퇴직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최순실의 국정농단 행위와 미르, K 재단 모금 등에 대해 감찰 활동을 벌이자 이를 무마하기 위하여 이 전 감찰관의 업무를 방해하고 검찰 조사를 받게 만들었으며 결국 이 전 감찰관 사퇴 이후 특별감찰관실에 있던 직원들을 강제 퇴직하게 하는 등의 보복조치를 취했다는 점도 중요 혐의 중 하나로 드러났다.
 
그러나 특검이 영장을 청구한다고 해도,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우 전 수석은 현재까지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여전히 최순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뒤늦게 이루어진 자택 압수수색에서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비위 관련 증거들이 보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보고 특검이 시도한 청와대 압수수색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검이 문체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진술이 나왔으며, 장시호의 도움으로 최순실과 우 전수석간 연결 관계가 확인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특검 시행 초기부터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가장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며, 그러한 전망에 부합하게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특검 종료일을 열흘 남기고서야 겨우 이루어질 정도였다. 우 전 수석이 수사기법에 도통할 뿐 아니라 관련 비리를 알고 있는 검찰 관계자들을 옥죄고 있으며 특검 내부에도 우 전 수석의 라인이 포진해 있어 실질적인 수사가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고, 무엇보다도 특검과 특검보 역시 우 전 수석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더욱이, 민정수석 본연의 업무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고 애매하다는 점 및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는 인정되기 매우 어려운 범죄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과연 우 전수석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것인지, 가사 발부된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한 마디로 특검이 어떠한 ‘칼’을 휘둘러서 ‘우꾸라지’ 수석의 ‘방패’를 뚫을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