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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지율 정체속 호남공략 잰걸음
'김대중'·'호남 홀대론'·'광주정신' 언급하며 적극적 민심 공략
반기문에는 "제2의 박근혜"…문재인에는 "정책경쟁하자"
2017-01-16 06:37:38 2017-01-16 06:37:38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2박3일 일정으로 호남 민심탐방에 나섰다.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경선룰을 정할 전망이고 반기문 전 국제연합(UN) 사무총장까지 귀국해 대선레이스가 숨 가빠진 상황에서 좀처럼 지지율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을 집중적으로 공략, 정체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야권의 대표 주자임을 각인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와 전남 목포, 진도 팽목항, 해남, 나주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이 시장은 호남행의 마지막 일정으로는 다시 광주로 복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팬클럽인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을 갖고 사실상 대선 출정식까지 치렀다. 이 시장는 이번 일정 중 언론에는 공식 일정으로 알리지는 않았지만 광주·전남민주화동지회와도 간담회를 갖고 호남의 정치 원로들로부터 대선행에 대한 조언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오후 이재명 성남시장이 광주광역시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사실 이 시장은 진작부터 호남 민심잡기에 애썼다. 지난해 중순 이후 한달에 두세 차례 이상 호남을 찾았고, 지난달 11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후 첫 지역 방문지로 호남을 택했다. 그는 오는 19일에도 전남 장성을 찾아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이 시장으로서는 전국 지지율과 당내 입지에서 상대적 우위를 확보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따라잡기 위해 문 전 대표가 그간 취약점을 드러낸 호남 공략이 필수라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더구나 앞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약진에서 드러나듯 호남의 선택이 야권의 정치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민주당이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당내 경선룰을 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실상 2012년 대선 당시의 경선 룰을 그대로 확정할 전망이어서 이 시장 측에서는 최대한 많은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시장 측 관계자들은 "흔히 문 전 대표가 당권을 잡고 있다고 말하지만 당심이 반드시 문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야권의 적극적 지지자들은 본선 경쟁력에 더 관심이 많다"며 "경선룰이 완전국민경선으로 치러지고 권리당원과 비당원을 구분하지 않는 선거인단을 구성할 경우 비당원 선거인단을 적극적으로 모으고 공략한다면 막판 승부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저녁 이재명 성남시장이 전남 목포시 최대의 재래시장인 동부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시장은 아울러 이번 호남행을 통해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한 반기문 전 총장을 집중 견제했다. 우선 그는 반 전 사무총장에 대해 "이분에 대해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는 '제2의 박근혜'"라면서 "이 분은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말을 바꾸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에 관해서도 말을 바꾼 데다 십년간 공직자로서 주어진 의무도 충실히 잘 수행하신 것 같지도 않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이재명 시장은 반 전 총장이 오는 17일 진도 팽목항을 찾을 예정인 가운데 사전답사를 위해 팽목항을 방문한 수행원들이 '갑질논란'을 낳은 것을 의식한 듯 14일 오전 팽목항을 방문할 때는 최소한의 수행인원만 대동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는 "2월 임시국회에서 세월호특검법이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며 "선체 인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UN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며 '세월호 외면 전력'에 시달린 반 전 총장과 대비를 이뤘다.
 
그는 또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정책경쟁'이라는 이름으로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13일과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질의 형식의 글을 올리고 문 전 대표에 '법인세 인상'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 등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문 전 대표가 재벌개혁을 외치면서도 법인세 인상과 이재용 구속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사드 문제의 해법은 차기 정부가 강구해야 하지만,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두고 애초 입장이 바뀌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문 전 대표가 답을 줄 때까지 계속 물을 것"이라며 "이게 바로 정책경쟁"이라고 말했다. 
 
14일 오전 이재명 성남시장이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아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시장은 아울러 이번 호남행에 대해 직접적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첫째날 광주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호남은 저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로, 사회적 삶을 만들어준 계기는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며 "광주에서 하는 팬클럽 출정식에 정치적 의미가 큰 것은 사실이고,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출발을 광주에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호남의 정치적 대부인 김대중 전 대통령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목포와 해남, 나주 등의 강연에서 "요즘 같은 정치상황을 보면 김 전 대통령이 더욱 생각난다"며 "대북정책에서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십년째 '홀대론'이 제기되는 호남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며 호남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민주주의의 전당 광주',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 광주' 등을 정부에서 적극 지원하고 확대해야 한다"며 ""정치 권력자들이 만든 지역주의에 호남은 끊임없이 소외됐고 '수도권 대 지방', '영남 대 호남'이라는 2중 차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공정국가를 건설해 지역의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시장은 팬클럽 출정식 연설에서는 상당 부분을 '광주'와 '광주정신'에 할애했다.
 
그는 "호남은 강자의 횡포에 저항한 민주항쟁의 중심지이자 대한민국 민주화와 개혁의 중심지로, 멀리로는 동학혁명과 80년 광주혁명이 그랬다"며 "광주는 독재세력과 부역세력에 속고 살아온 저 이재명도 눈을 뜨게 만들어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촛불혁명의 정신은 3·1 만세운동의 정신이고, 4·19 혁명의 정신이고, 87년 민주화의 정신이고, 5·18 광주의 정신"이라며 "광주정신을 이어서 촛불혁명을 완수하자"고 호소했다. 
 
15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소셜네트워크(SNS) 팬클럽인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함께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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