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2만9000원법' 돼버린 청탁금지법
입력 : 2017-01-10 17:27:53 수정 : 2017-01-10 17:27:53
[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세종시 식당가에 29000원짜리 김영란 정식이 처음 등장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음식값이 저렴해진(?) 덕에 점심시간이 되면 여전히 고급 음식점엔 손님이 붐빈다.
 
대가성 유무와 관계없이 공직자의 금품 등 수수를 막고자 지난해 9월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이 ‘29000원 식사법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다. 설을 앞두고는 49000원짜리 선물세트가 판친다. ‘더치페이라는 법률안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다. 반면 역효과는 뚜렷하다. 우선 한정식집 등 대형 음식점의 직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식당들이 정식메뉴 단가를 맞추려 인건비 지출부터 줄여버린 결과다.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던 중년 여성들은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됐다.
 
공직자든 상인이든 밥값을 누가 내느냐보다는 시행령의 가액기준에만 집착하는 듯 보인다. 주위를 둘러봐도 ‘3만원, 5만원, 10만원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인지 아는 사람은 적다. 결과적으론 애먼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법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청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이달까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3건이다. 충남 천안에서 담당 수사관에게 감사 표시로 현금 100만원과 양주 1병을 선물한 사건 피의자, 부산의 한 공기업 사무실을 찾아 청탁과 함께 1002000원을 두고 간 민원인, 그리고 강원 춘천에서 떡 한 상자를 감사의 표시로 경찰에게 건넸다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1호로 과태료 9만원 처분을 받은 사건 관계자가 전부다.
 
공직사회가 정말 청렴해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아직까지 공직자 중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례는 없다. 법 제정에는 2011벤츠 여검사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검사 등 고위공직자들은 좀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오죽하면 법 위반 1호 사례가 보도됐을 때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이러라고 만든 법이 아닐 텐데라며 탄식을 쏟아냈다.
 
처음 부정청탁금지법이 고안됐을 때 핵심 타깃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등 1800여명이었다. 하지만 정무위원회 심사를 거치면서 그 대상은 400만여명으로 확대됐다. 이는 벤츠 여검사와 같은 고위공직자 감시에 집중돼야 할 행정력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회상규라는 표현의 모호함, 가액기준에 집중된 관심 등은 법을 ‘29000원 식사법으로 만들어 버렸다.
 
부정청탁금지법 제정 요구에 담겼던 여망은 청렴한 공직사회 건설이었다. 공공성이 강한 사립학교와 언론도 정화가 필요한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부정청탁금지법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려운 형법과 공직자윤리법의 맹점을 보완하기는커녕, 스승의 날 카네이션 논쟁으로 국민의 짜증만 유발하고 있다.
 
법을 제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법의 취지와 목적을 살리는 것이다. 이제라도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재논의가 필요하다. 지금의 부정청탁금지법은 존재의 목적도 불분명하고, 헐거운 그물처럼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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