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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속 한국 이슈)관심 높아지는 반기문 사무총장, 엇갈리는 외신 평가
2016-12-11 09:29:08 2016-12-11 09:29:08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외신들이 한국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한류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의 큰 이슈는 외신에서도 톱이슈로 다뤄지곤 한다.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자랑스러운 이슈가 외신에 오르며 뿌듯할 때도 있지만 때론 다루지 않았으면 하는 부끄러운 치부도 외신의 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외신은 자국민을 주요 독자로 삼고 있는 만큼 같은 이슈도 우리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때가 많으며 때론 더욱 객관적인 제3자의 시각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같은 이슈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길 희망하며 다양한 국내 이슈들을 외신을 통해 들여다본다.
 
국내 정치적 상황이 계속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도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하거나 탄핵 당한다면 후임자가 누가 될지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러 후보 중에서도 그동안 UN 사무총장으로 외신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반기문 총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무총장으로써의 반 총장의 업적에 대해서는 외신들이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알자지라 '반기문, 한국의 차기 대통령?'
 
사진/알자지라 캡처
 
지난 3일(현지시간) 반 총장은 아랍위성방송인 알자지라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알자지라는 '반기문,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인터뷰에서 반총장은 "내년 1월1일 한국에 돌아가면 각계 지도자, 친구들과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써 조국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퇴임 후에도 한국을 위해 봉사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한 시민으로써 계속 목소리를 내고 UN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할 것이며 동시에 조국을 위해 일하는 최선의 길이 무엇일지도 생각하겠다"고 응답했다.
 
2일(현지시간) 반총장은 미국의소리(VOA)라는 언론과도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인터뷰에서 반 총장은 "현재 시민들이 좋은 정치가 없는 상태에 분노하고 있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반 총장이 국내 정치적 상황에 대해 자주 언급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선 출마를 염두해 두고 한 발언이라는 평가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 대선 후보 소개하며 반 총장 소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정국을 계속해서 소개해 온 블룸버그 통신 역시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한국 상황을 볼 때 다음 대통령은 정치적 문제 뿐 아니라 북한과의 갈등, 경제 둔화, 소득 격차, 고령화, 재벌 개혁 등 아주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와 함께 세명의 대선 후보를 소제목을 붙여 상세히 보도했다. 이 세명의 후보는 반 사무총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 대표 이렇게 3명으로 블룸버그통신은 반총장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반 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2004~2006년까지 외교통상부 장관을 한 경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 기간 반 총장이 기름장어(slippery eel)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름장어란 어렵고 민감한 질문에 구체적 대답 대신 애매한 대답으로 피해간다는 비꼬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어 반 총장이 여당으로 출마할지 야당으로 출마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언급하며 기사를 마무리했다.

NYT "아이티 콜레라 창궐, UN 책임 막중"
 
한편 사무총장으로써 반 총장의 업적에 대해서는 외신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부정적인 외신들을 먼저 살펴보면 특히 뉴욕타임즈(NYT)의 경우 계속해서 반 총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 왔다. 특히 NYT는 11월 보도한 기사에서 지난 2010년 10월 발명해 6년 가까이 진행 중인 아이티 콜레라 창궐과 관련해 반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이티는 100년이 넘도록 콜레라가 발병하지 않은 청정지역이였지만 네팔에서 온 UN 평화유지군이 병을 옮기면서 콜레라가 발생해 70만명이 넘는 사람이 감염됐고 1만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NYT는 사실상 UN의 실수로 인해서 콜레라가 발병한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UN이 6년 동안이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아이티 콜레라 창궐과 관련 반 총장의 책임이 막중하다"며 "추후에 발표한 사과 성명에서도 UN이 콜레라 발병의 주된 원인이였다는 점을 전혀 강조하지 않았고 후속 대응도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 "반 총장, 가장 둔한 최악의 총장"
 
사진/뉴시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21일 보도한 기사를 통해 반 총장이 가장 둔하고(the dullest) 최악의(the worst) 총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 반 총장이 파리 기후 협약을 이루어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나치게 절차(protocol)에 집착하며 자발성이 없고 깊이도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 총장이 일전에 사하라 서부에 모로코 군대가 주둔한 것을 놓고 '주둔' 대신 '점령'이라는 단어를 쓰는 큰 실수를 해서 모로코인들이 UN 관계자들을 쫓아낼 구실을 마련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반 총장이 UN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것과 관련해서도 독설을 날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거부할 명분이 없어서 그냥 총장이 되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한편 이 기사가 발표된 후 반 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반박하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포브스 "반기문, 지도자로써 적합하다"
 
그러나 반 총장에 대해 훌륭한 평가를 내린 외신도 많다. 그 중에서도 포브스는 그동안의 비판을 정면 반박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11월4일 포브스는 미국의 외교 군사 안보 국제 전문가인 앤더스 코가 기고한 글을 통해 반 총장을 비판하는 의견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반박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반기문, Fit to lead'로, '지도자로 적합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포브스는 반 총장이 대선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며 몇 사람이 반 총장이 강한 리더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강한 외교력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전했다. 그 예로 지난 10월2일 반 총장은 안보리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시리아 민간인 보호를 목표로 하는 안보리 결의안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통과되지 못하자 강한 압박을 넣었다고 전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했던 예맨 공습에 대해서도 반 총장이 강한 비판을 했고 이란의 집회 및 언론 탄압을 강하게 비판한 것 역시 반 총장이 강한 리더가 아니라는 점을 모두 반박하며 반총장이 강하고 인간적인 리더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나이가 너무 많다는 지적과 관련해도 판단력이 좋고 도덕적으로 훌륭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에서 반 총장이 10년 동안 한국 정치와 떨어져있던 만큼 대통령으로 부적한하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반 총장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이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북한과 한국의 긴장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국제 경험이 많은 반 총장이 대통령 후보로써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대통령 탄핵된다면 반 총장 당선 가능성 낮아"
 
5일자(현지시간) 기사에서 로이터통신은 만약 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거나 물러난다면 반 총장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반 대통령 대선 승리 가능성 낮아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로이터통신은 꾸준했던 반 총장의 지지율이 이번주 들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반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출마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어 다른 당을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또한 반 총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그동안 서울에서 정치 활동을 하지 않은 반총장에게 매우 불리할 것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탄핵이 표결된다면 60일 안에 선거가 치뤄져야 하는데, 레이스 기간이 짧은 것은 반 총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짧은 기간에 반 총장이 계획하고 있는 공약들을 국민들에게 설명 시킬 기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최근 매주 시위가 지속되며 국내 혼란이 높은 점, 현재 반 총장이 국내에 있지 않은 점은 어쩌면 오히려 득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전문가들을 인용한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메시아'를 기다리는 '메시아 콤플렉스'에 빠졌다면서 반 총장이 만약 자신이 그러한 메시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지지율이 갑자기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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