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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더 이상 의미 없다!…결국 횃불이 된 촛불
대통령 '명예퇴진 보장' 요구에 민심 '싸늘'
탄핵 두고 당리당략 따지는 정치권에도 화살
2016-12-04 18:29:23 2016-12-04 18:29:29
[뉴스토마토 최기철·윤다혜기자] 촛불은 결국 횃불로 커졌다전국 방방곡곡에서 광장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232만명의 민심은 우리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조차 추운 날씨와 피로감에 참여 인원을 지난 26 5차 집회보다 적은 100만명(서울 기준)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했다서울의 경우 본 집회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 참여 인원이 50만명본 집회 시작시간인 오후 6시에 60만명으로 증가세가 완만했지만 본 집회 종료시점인 오후 7 11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주최 측은 5차 집회 같은 시각과 비교해볼 때 10만명이 더 참여했다고 밝혔다오후 8시에는 150만으로 증가했다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서울 도심에 21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오후 4 1차 행진에 이어 오후 7 2차 행진이 시작되면서 집회와 행진 참여 인원은 폭발적으로 늘었다전철역과 도심 골목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급기야 2차 행진에서는 횃불을 든 시민들이 앞장서 청와대로 향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6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횃불을 들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 
 
이날 6차 집회는 '청와대 인간띠 잇기'와 광화문 광장 본행사, 2차 행진청운동집회 순으로 진행됐다주최 측의 안내로 오후 4시부터 시작된 1차 행진은 14분만에 행진 시민 선두가 효자치안센터에 도착했다.선두에 선 시민은 세월호 피해자와 유족들이었다효자동치안센터와 청와대까지는 불과 100m 거리다전날 서울행정법원 제6(재판장 김정숙)는 경찰의 행진 금지통고처분을 정지시켜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효자동치안센터까지의 행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시민들의 행진에 힘을 실어줬다청와대로부터 100m 떨어진 곳까지 행진을 인정한 법원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청운동길효자로길삼청동길 등 세갈래로 뻗어나간 시민들은 법원이 인정한 지점까지 행진한 뒤 박근혜 퇴진” 등 구호를 외쳤다.특히 청운동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10초간 함성과 구호호루라기 소리가 청와대를 향해 울려 퍼졌다.
 
대통령, 담화로 국민 농락
 
오후 6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본집회가 시작됐다첫 발언자로 나선 김 의장은 박근혜는 밀려나면서도 반성은커녕 국민을 농락하고 있다담화의 본질은 자신은 죄가 없다명예로운 퇴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며 “‘즉각퇴진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무시한 것이다질서 있는 퇴진이 아니라 질서 있는 복귀를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전국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더욱 강하게 퇴진을 외쳐야 한다우리 농민들도 8일부터 트랙터를 앞세워서 평택에서부터 올라 오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평택에서 올라온 김별이(19)양은 “(박 대통령 같은)대통령 없어도 되니 걱정 마시고 즉각 사퇴하시길 바란다며 오히려 그 자리에 계신 게 이 나라 주권자들의 뜻이 아니다주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라고 직격탄을 날려 시민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부역한 새누리당도 해체"
 
박경석 장애단체 공동대표는 박근혜는 총체적 국정 문란의 범죄자이기 때문에 즉각 퇴진하고 (박근혜에게 부역한새누리당과 재벌은 해체되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그는 이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며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쟁해서 승리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 발언 중간중간에는 탄핵을 두고 당리당략에 몰입하는 국회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세월호 참사로 실종된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발언을 이어가 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이씨는 국가가 세월호 304명의 희생을 헛되게 하면 어떤 것도 책임 안 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올 수 있게끔 많은 국민들이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러려고 세금 냈나 자괴감"
 
인천에서 올라온 초등학교 6학년인 한 어린이는 청와대에서 저지른 비리를 전부 나열하면 오늘 집회가 끝날 때까지 어려울 것이다중요한 것은 여기 들어간 돈이 모두 국민 세금이라며 국민들이야 말로 이러려고 세금을 냈나 괴롭고 자괴감이 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이 학생은 이어 모두 끝까지 노력해 자격 없는 대통령 박근혜국민의 힘으로 몰아내자고 당차게 발언했다.  
자유발언에 이어 가수 한영애씨가 공연에 나서 대미를 장식했다한씨는 "우리는 조금 더 높은 행복을 위해서 여기에 모였다지치지 말자천 년의 어둠도 촛불 한 번으로 바뀔 수 있다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반드시 올 것이다오늘 조율을 이뤄보자"고 말한 후 '조율'을 불렀다.
2차 행진 시작 직전인 오후 7시부터는 구호 제창과 함께 1분간 촛불을 껐다가 다시 켜는 소등 퍼포먼스가 진행돼 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더욱 결집 시켰다.
 
'성추행 혐의 사퇴' 윤창중 전 대변인 박사모 모임에 등장
 
한편 이날 오후 2시부터 박근혜 대통령지지 모임인 '박사모'가 동대문과 여의도와 서울역 등에서 맞불집회를 열었으나 시민간 이렇다 할 충돌은 없었다. 박사모 모임에는 박 대통령 정권 초기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윤창중씨가 오랜 칩거 끝에 공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고 강연했다. 그는 "대한민국 쓰레기 언론과 양아치 언론이 윤창중에 가했던 생매장을 박 대통령에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박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시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미국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윤씨는 청와대 대변인직을 사퇴하고 최근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경찰은 이날 258개 중대 2만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안전 통제 중이다. 서울시 소방 당국도 차량 39대 인원 416명을 배치해 응급상황에 대응했으며, 서울시청 공무원들이 지하철역과 집회 현장 곳곳에서 시민들의 안내에 나섰다.
 
최기철·윤다혜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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