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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급락 피해 연착륙 성공하나
매매·전세 동반 안정세 보여…"다수 악재에도 급락 조짐 아직"
전문가들 "앞으로의 정부 정책이 시장 향방 좌우"
2016-12-04 11:00:00 2016-12-04 11:00:00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과 미국 대선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11.3부동산대책, 여기에 집단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 악재가 뒤섞이면서 주택가격 하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지적 가격 급변이 있기는 하지만 실수요자 중심의 매매전환과 청약행렬이 꾸준히 이어져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주택시장 전망에 속속 나오고 있지만 급락보다는 약보합세를 유지하면서 시장 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정부의 투기성 수요를 잡고 실수요 중심의 주택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급조절과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잇따라야 한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2%로 전달(0.24%)보다 상승폭이 소폭 줄었다.
 
정부의 청약 과열지역에 대한 전매제한 및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11.3대책, 미국 대선 이후 보호무역강화 조치 예상에 따른 국내 경기침체 우려 등 불안요소가 더해지면서 상승폭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급등세를 이어왔던 주택시장이 최근 약보합세로 전환되며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향후 장기적인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특히, 최근 정부가 집단대출에 대한 강화 방침을 확정한데다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주택시장 오름세는 더욱 수그러들고 있다.
 
지난 10월 3주차까지만 하더라도 주간단위 전국 아파트값은 0.08%나 올랐다. 이는 작년 11월 이후 1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하지만 이후 6주 연속 상승폭이 줄어들며 11월 마지막주에는 0.02%까지 상승폭이 감소했다.
 
11월말 기준 올해 누적 상승률 역시 0.71%에 그치며 작년 상승률 4.89%를 크게 밑돌고 있어 비교적 안정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성용 씨알피플앤시티 대표는 "그동안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 워낙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탓에 주택경기가 크게 꺾인 것으로 체감되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상승폭만큼 하락폭이 일순간에 커지는 것보다는 서서히 조정되는 연착륙 장세가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주간 단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전세 및 분양시장도 차츰 안정세 되찾아
 
우려했던 전셋값 폭등세도 차츰 사그러들며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월말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23%로, 전달(0.21%)보다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작년 월별 평균 상승률이 0.56%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누적 상승률 역시 1.79%로 작년 6.5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평균 상승률은 7.23%에 달한다.
 
전세가율도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으로 전환됐다. 11월말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은 74.5%로 9월 이후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름폭이 거셌던 서울은 7월 72.0%로 정점을 찍은 이후 11월에는 71.6%까지 낮아졌다.
 
주택시장 과열을 부추기던 분양시장 역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투기수요는 크게 사라졌지만 우려했던 대규모 미달 사태도 발생하지 않아 급격한 가격 하락이나 시장 침체가 나타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11.3대책 조정지역 가운데 대표적인 청약 과열지역이었던 서울의 경우 지난 달 30일 총 5곳에서 분양에 나섰다. 이 가운데 4곳이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린 곳은 '신촌그랑자이'로 371가구 모집에 1만871명이 청약했다. 또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는 가장 높은 평균 3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분양시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잔금대출 규제를 피해 청약에 나선 수요자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돼 내년 초 시장 상황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잔금대출 규제 시행 전 금융비용 부담을 덜려는 실수요자들이 대거 청약에 나서면서 미분양 사태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며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는데다 상환 부담도 커지는 내년부터는 분양 물량도 줄고, 청약자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최근 공급된 한 견본주택 내부 모습. 정부의 11.3대책과 주택담보대출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서울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내년 주택시장, 약보합세 예상…"정부 정책 뒷받침이 가장 중요"
 
내년 주택시장 역시 상승폭이 줄어들면서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내년 전국 주택매매가격이 가격 변동없이 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전세 가격도 입주물량 증가 영향으로 0.4% 수준의 안정된 시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산연 관계자는 "수도권 매매가격은 미미하지만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방의 경우 입주시점의 본격 도래, 공공기관 이전 마무리,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가격 하방요인이 많아지면서 후퇴기 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초 전망을 통해 전국 매매가격은 0.8%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다시 국지적으로 급락이나 급등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조절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주택시장이 가격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는 것은 결국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이라며 "연도별, 지역별 인허가 물량에 대한 총량제 도입 등을 통해 사전 관리에 나서는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풍선효과 나타나면 그동안 애썼던 정책들이 다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정부가 정책기조로 삼았던 선제적 대응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단 투기성이 아닌 실수요자들 중심의 주택 매입은 이어질 수 있도록 디딤돌 대출 등과 같은 정책 지원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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