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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한국인 같은 미국 작가의 ‘가족 소설’
‘소주 클럽’ 팀 피츠 지음|정미현 옮김|루페 펴냄
2016-12-01 08:00:00 2016-12-01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미국 작가 팀 피츠의 장편소설 ‘소주클럽(루페)’은 한국 작가의 작품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거제도의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소주보다 더 쓴 오늘날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빚어냈다. 불완전한 한 가족의 투닥거리는 해프닝 속엔 외국인 시선에서 본 한국 현대사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어려있다.
 
소설은 주인공 원호가 형 수호의 호출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오입쟁이에 알코올 중독에까지 빠진 형편없는 부양자’ 아버지가 유치장에 갇힌 탓이다. 평생 바람을 피워온 아버지지만 이번만큼은 어머니가 ‘증거용 사진’을 확보했기에 빼도 박도 못한다. 황혼 이혼을 하려는 부모의 소동을 막기 위해 원호는 고향 거제도로 내려간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고향집은 가족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투성이다. 아버지는 유치장에서도 지독한 성격 탓에 쉽사리 풀려나 술판을 벌이고 어머니는 이혼한다는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가족들의 끼니를 걱정하며 살림살이를 이어간다.
 
형 수호는 부모의 이혼보다 재산 분배에, 여동생 부담이와 그의 남편 미국인 믹키는 원호의 자부심이 깃든 소설을 교재용으로 만들어 팔 궁리에 혈안이 돼 있다.
 
서로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딪히는 와중에 이혼 문제는 잠시 뒷전이 되고 원호는 아버지와 친구들로 구성된 ‘소주클럽’ 일당들과 고기잡이 배를 타고 독도로 떠난다. 그곳에서 원호는 평생에 걸쳐 알 수 없던 아버지의 모습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의 몸은 바다와 멀어질수록, 당신이 사랑하는 것과 떨어져 있을수록 상태가 나빠졌다. 나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일면 죄책감을 느꼈다. 왜 이런 부분을 헤아리지 못했던가?”(222쪽)
 
원호 가족의 활극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스토리의 큰 축을 담당하지만 소설 중간 중간에는 저자의 한국적 정서가 분위기를 이완시켜주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침이 꼴깍 넘어가는 정겨운 시골 밥상 묘사는 수시로 등장해 읽는 맛을 더한다.
 
“어머니의 막걸리는 어디 감히 비길 데가 없다. …어머니는 찐 고구마 세 개를 넣는다. 그렇게 하면 막걸리의 끝맛이 살짝 달라진다. 입 안에서 막걸리 맛이 사라질 즈음 고구마 맛이 나 여기 있소 하고 슬쩍 나타난다. 짜잔! 요술이 따로 없다.”(43쪽)
 
이외에도 저자는 거가대교를 통해 한국 시골 풍경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거나 한일간 독도문제나 위안부 문제, IMF 등 한국의 현대사를 암시하는 키워드를 소설 곳곳에 배치시켰다.
 
실제로 한국 여성과 결혼하기도 한 그는 5년 동안의 한국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 원호의 입을 빌려 세대간 삐걱거림, 부자지간의 골, 어머니의 희생 등의 소재를 그려낸 그의 소설은 오늘날 한국과 한국인, 한국의 가족 문화를 재조명해보기에 더없이 충분하다.
 
책 '소주클럽'. 사진제공/루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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