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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왜 지금인가?
야당, '재벌개혁' 최우선 과제로…경제민주화 법안들도 줄줄이 대기
2016-11-29 18:05:46 2016-11-29 18:13:34
검찰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국민연금에 대한 압수수색 을 23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이 승계 과정의 마지막 방아쇠를 당긴다. 모든 뉴스가 최순실 정국으로 빨려들어가는 블랙홀을 틈타 그룹의 최대 숙원 해결을 공식화했다. 여소야대로 재편된 20대 국회의 경제민주화 행보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앞당겼다는 평가다.
 
출발점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다. 삼성이 내세운 대외적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다. 명분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제동을 걸었던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공했다. 적도 이해관계 앞에 아군으로 변모했다. 삼성이 가장 강조한 것은 주주환원 정책이다. 삼성은 엘리엇 등 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취지로 주주환원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에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도 장기적으로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사업 경쟁력 강화 노력의 일환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일축했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배당과 이사진 확대 등 엘리엇의 요구사항도 일부 수용됐다. 엘리엇은 조력자를 자처하며 그 과정에서 대규모 이득을 취하게 됐다. 삼성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투명성 강화는 향후 분할을 위한 외부 주주들의 동의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핵심인 삼성전자 분할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간 합병에 대해서는 “검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단, “현 시점에서”라고 단서를 달았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간 합병을 지배구조 개편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
 
당초 재계 안팎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변수는 최순실 게이트로부터 비롯됐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최대 관건으로 지목되던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얻기 위해 비선 실세인 최씨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으며, 야당은 삼성 별도의 청문회도 열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으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재벌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당은 이미 제동력을 상실했다. 재벌 편법 승계를 차단하는 규제 법안들도 대거 발의됐다. 무엇보다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도록 하는 법안이 아킬레스 건이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인센티브 축소 법안도 제출돼 있다.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것에 양도차익과세를 부과하거나 아예 금지하는 법안들이다. 삼성의 경우 대량의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주주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이들 규제 법안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다. 그밖에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 지주회사 행위 제한을 강화하는 법안들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로 인해 재벌 총수 일가가 현금을 확보할 수단이 줄어드는 것도 지주회사 전환의 동기를 부여한다. 지배주주가 지주회사의 배당 확대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주회사는 계열사들로부터 안정적인 브랜드로열티 수입도 얻을 수 있다.
 
여기에다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되면 삼성의 지주사 전환은 보다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도 도입을 위해 국회 발의를 재추진 중이다. 재벌 특혜라는 이유로 야당이 반대하면서 19대 국회에서 폐기됐지만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걸림돌이라는 명분이 있다. 일각에선 여당이 법인세 인상안을 허용하는 대신 이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에 실패해도 지주회사 전환은 가능하다. 금융 계열사와 연결된 출자고리를 해소하면 된다. 이 경우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상당한 비용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부담이다.
 
삼성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정국 혼란에 여론의 시선이 분산된 틈을 타 인적분할을 시도하려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당분간 국회 일정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퇴진의 뜻을 밝혔으나 야당은 꼼수라며 탄핵 강행 압박을 늦추지 않았다. 최순실 정국 회오리 속에 삼성의 숙원 해결도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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