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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김성근의 실패와 제왕적 리더십
2016-10-27 08:00:00 2016-10-27 08:00:00
가을 야구 축제가 한창이다. 야구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진행 중이다. 국내 프로야구 최강팀들의 경기인 만큼 매번 긴장감 넘치는 승부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한국시리즈 진출팀이 가려졌다.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NC다이노스가 LG트윈스를 3대1로 꺾었다. NC다이노스는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베어스와 맞붙는다. 
 
하지만 쓸쓸한 가을을 보내고 있는 팀들도 있다. 한화이글스가 대표적이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일부 전문가들에게 우승 후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한화는 올시즌 7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한화는 26일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 중이다.
 
한화는 지난해와 올해 야구팬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팀이다.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한 뒤 총 221억원을 들여 외부 FA인 배영수, 권혁, 송은범, 정우람, 심수창과 계약을 맺었다. 내부 FA인 김태균과 조인성을 잡기 위해서도 94억원을 쓰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급 외국인 선수인 로저스를 영입하는 데도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투자와 성적을 비례하지 않았다.
 
한화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 중 하나는 부상 선수가 속출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한화 투수 중 로저스, 안영명, 김범수, 송창식, 권혁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로저스, 송창식, 권혁은 팔꿈치, 안영명은 어깨, 김범수는 고관절에 탈이 났다.
 
이 과정에서 혹사 논란이 일었다. 한화의 투수들이 지나치게 많은 이닝을 무리하게 소화했고, 그것이 줄부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선수단 운영에 대한 전권을 쥔 김성근 감독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유다.
 
김성근 감독의 지난해와 올시즌 선수 기용 방식은 다른 팀들과 달랐다. 선발투수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가고, 필승조와 추격조를 명확하게 구분해 선수단 운영을 하는 다른 팀들과 달리, 김성근 감독은 매경기 총력전을 펼쳤다. 팀내 주축 투수들은 연투를 하기 일쑤였다. 시즌 내내 혹사 논란이 끊임없이 일었지만, 김성근 감독은 단호했다.
 
"약한 팀은 그 문제에 있어서 타협을 해버려요. 그래서 약해요. 강한 팀은 거기를 넘어가야지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가 되어요. ‘이런 거는 아무렇지도 않구나’ 그런 의식의 강도가 점점 높아져야해요. 그게 강한 팀이에요."
 
"나는 항상 가지고 있는 지론이 있어요. 자기 체력의 한계라고 하는 것은 한계에서 오버를 함으로써 자기 한계를 넓혀가는 거에요. ‘우리 무리하고 있어, 안돼 안돼’ 이렇게 되면은 그 사람은 영원히 그 라인에서 넘어가지 못하고 차라리 부러져 나가 버려요. 세상 경쟁에서 못 이겨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강한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개인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논리의 오류다. 김성근 감독이 팀 성적에만 욕심을 내는 사이 선수들의 몸은 망가졌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당장의 성적과 팀의 미래,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꼴이 됐다. 지난 2014년 10월 한화와 3년 계약을 체결한 김성근 감독은 내년에 계약 만료 시즌을 맞는다. 계약 마지막 시즌인 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주력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한 탓에 전망이 밝지는 않다.
 
좋은 리더는 구성원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장점을 이끌어내며, 그들이 원하는 것과 조직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사이의 접점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야구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팀이 잘 돼야 개인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잘 돼야 팀도 잘 된다.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구성원들을 이리저리 굴리기만 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리더가 아니다. 일방통행식 의사소통이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제왕적 리더십의 유통기한도 이미 끝났다.
 
정해욱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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