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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알짜자산 매각' 시나리오 삐걱
금융위 등쌀에 현대상선 등판하지만…시장반응 냉랭
2016-10-24 16:13:55 2016-10-24 16:13:55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당국이 주도한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알짜자산 인수' 시나리오가 삐걱거리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의 글로벌 노선 등 핵심자산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당국과 채권단에서는 인수 과정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이라는 해석을 달고 있지만 해외 선사들이 우량자산을 챙겨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글로벌 노선 인수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오는 28일 인수의향서 제출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진해운 알짜자산 인수의 대안으로는 현대상선 밖에 없다는 것을 당사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점을 잘아는 현대에서 지금 거론되고 있는 정부의 선박펀드 등을 통한 간접 지원 등을 최대한 노리고 신경전에 들어간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이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해 해운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을 비롯해 고려해운, 흥아해운 등 중견 컨테이너 선사들도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주도한 금융위원회의 시나리오도 현대상선의 인수 참여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 문제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해운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핵심자산 인수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각도 여전하다. 현대상선도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할 여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현대상선이 살아남은 것도 몇개월 되지 않았다"며 "미주노선의 경우에는 두 회사가 겹치기도 하는데 해운 시황이 좋지 않은 지금 성급히 인수에 나서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계 1, 2위 선사인 머스크, MSC 등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의 인수 참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선사들은 법정관리 이후 한진해운 노선에 물류공백이 생기자 선박을 투입하며 물량을 가져가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해운사들이 선박 건조를 위해 조성한 선박펀드까지 한진해운 북미노선 인수 자금으로 돌릴 수 있도록 법령 개선 등의 조건까지 내걸었다. 이 자금으로 한진해운의 북미노선에 있는 알짜배기 핵심자산인 롱비치터미널 인수 자금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철강, 석유화학 산업의 중장기 청사진을 제시한 데 이어 이달말 조선업과 해운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방안에는 한진해운에 대한 정부 지원 내용과 해운·조선업을 동시에 살리기 위한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당초 한진해운의 우량자산 인수 작업은 한진해운 채권단과 금융위원회의 의사만 반영된 것으로 발표되기 전후로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지난달에는 기업 회생 절차에 막 돌입한 법원과 입장이 엇갈렸는데, 한진해운의 해외법인을 제외한 부분에서 아직까지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한진해운의 정리 방향이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본다"며 "당국이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가볍게 여겨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한진해운의 운영 방식을 빨리 내놔야 알짜자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진해운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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