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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지역이 중심이 되는 ‘바텀업’ CSV(공유가치창출) 필요”
황선희 지속가능경영재단 대표 “‘지역 클러스터링’으로 사회문제 해결해야”
지역 사회 의제 설정 후 해결 주체 발굴…지역의 다양한 자원들을 활용하는 구조
2016-10-24 06:00:00 2016-10-24 06:00:00
“기존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대기업 중심의 ‘탑다운’ 방식이었죠. 이제는 지역이 중심이 되는 ‘바텀업’ 방식의 CSV(공유가치창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황선희 지속가능경영재단 대표는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와의 인터뷰에서 지역이 중심이 되는 CSV에 대한 시각과 지속가능경영재단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기존의 CSV 사업이 기술과 재원을 가진 대기업이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진행했다면, 우리가 기획하는 것은 지역 사회 내의 플레이어들이 주체가 되는 방식이에요. 먼저 지역 사회에서 해결이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고자하는 주체를 찾습니다. 지역의 다양한 자원들을 활용하는 ‘지역 클러스터링’을 도모하는 거죠.”
 
CSV는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CSV는 자선사업 형태의 사회공헌과 달리 비즈니스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사회문제로부터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내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내는 수익사업이다. CSV에서는 기업이 돈을 벌수록 환경, 보건, 빈곤, 일자리 부족 등 사회문제는 줄어든다.
 
지속가능경영재단은 기업의 CSR과 CSV에 관련된 조사·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기관이다. 2012년 사회적 기업 희망재단으로 출발, 경기도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통합지원센터로 운영되다가 2015년 3월, 지속가능경영재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현재는 사회적 기업 육성 뿐 아니라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들이 지속성장할 생태계 조성
“전국에 1600개에서 1700개 정도 사회적 기업이 인증을 받고 운영되고 있어요. 사회적 기업 인증을 기다리는 예비 기업들도 2000개 정도 되죠. 이런 기업들이 지속가능하려면 반드시 투자가 뒷받침 되어야 해요. 정부 지원이 끝나면서 성장이 멈추고, 자생력을 잃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죠. 지속가능경영재단은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지속가능경영재단이 최근 주력하는 업무는 지역 중심의 CSV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일이다. 경기도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사회·환경 이슈를 정리하고, 마을 조직의 활성화 정도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협력 의사를 물은 뒤, 비즈니스를 실행할 사회 경제 조직 또는 기업을 파악하고 평가한다.
 
“기존의 CSV 사업이 기술과 재원을 가진 대기업이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진행했다면, 우리가 기획하는 것은 지역 사회 내의 플레이어들이 주체가 되는 방식이에요. 먼저 지역 사회에서 해결이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고자하는 주체를 찾습니다. 지역의 다양한 자원들을 활용하는 ‘지역 클러스터링’을 도모하는 거죠.”
 
지속가능경영재단이 만드는 CSV 사업 모델은 먼저 지역 사회의 의제파악에서 출발한다. 각 지역의 사회·환경 이슈를 검토하고 이를 해결할 주체를 찾는 식이다.
 
“화성, 시흥, 군포 등 각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하는 데서 모든 게 출발하죠. 지역 주민이 공감하는 문제가 있더라도 이걸 해결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는 어렵거든요. 해결방법을 기획하고 분석하고 네트워킹을 이끌어내는 것은 종합적인 경영 능력이 필요한 일인데,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이때 재단이 나서서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는 거죠. 장을 만들어주고, 고민하게 하고, 네트워킹을 하게 하는 거죠. 주도권은 시민이 가진 채로요.”
 
황 대표는 지역 중심의 CSV와 관련된 사례를 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일본의 전자기업 NEC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NEC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2002년부터 ‘NEC 사회적 기업가 정신 학교’를 설립해 운영중입니다. 7개월간 진행되는 사회적 기업가 양성 과정이죠.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은 각 지역 주민이고요. 이를 통해 지역에 기반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죠.”
 
CJ제일제당의 ‘KOICA-CJ 베트남 새마을 CSV’ 사업은 국내 기업의 CSV 모델 중 성공사례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 소수민족 마을에 적합한 고추 종자를 선별하고 농가에 보급했다. 현재 21개 농가가 4만1,400㎡ 규모의 밭에서 고추를 키우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재배기술도 전수해 주민들이 수확한 고추를 CJ제일제당에서 다시 원료로 구매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재단이 지난 8월 진행한 청소년 사회혁신가 모의창업캠프 모습/사진 지속가능경영재단
 
지역중심의 CSV
황 대표는 대기업 주도의 CSV 모델이 장점도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CSV도 CSR 경영의 일환이거든요. 보통 CSR 경영이라고 하면 대기업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대기업은 아무래도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책임경영·윤리경영을 포괄하는 진정한 의미의 CSR 경영을 하기가 쉽지 않죠. 옥시레킷벤키저도 여러 곳에서 사회공헌활동으로 수상했었잖아요? 하지만 옥시가 윤리경영을 했냐고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비교적 의사결정구조가 단순한 지역 중견·중소기업 등은 오너와 임직원들이 CSR 경영을 하기로 마음먹고 협력하면 많은 게 빠른 속도로 바뀌어요.”
 
지속가능경영재단은 지역 사회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황 대표는 기업가 마인드를 가지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열정적인 사업가가 지역 중심 CSV 모델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지역 의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의지를 가진 플레이어를 찾는 게 중요하죠.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한 사람의 열정과 신의가 입증이 되면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거든요. 그래서 지속가능경영재단은 CSV 모델 사업을 진행중인 그룹 멤버들에 대한 교육에 힘을 쏟고 있어요. 구성원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설득하는 기술이 필요하죠.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방법 같은 거요.”
 
지속가능경영재단은 경기도내 중소·중견기업 임원 및 CSR 담당자 및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CSR 아카데미를 진행 중이다. 7월에 수원에서 진행된 1차 교육에서는 40시간 과정을 40명이 신청해서 25명이 수료했다. 지금은 10월 22일을 마지막으로 파주에서 4차 교육까지 마무리된 상태다. 황 대표는 교육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한다.
 
“교육 받은 분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CSR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내용은 ‘경영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교육’이라고 해요. 그동안 기본도 제대로 모른 채로 경영을 해온 것 같다고도 하시고요. 교육이 호응이 좋았던 것과는 별개로,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겠죠. 재단이 할 수 있는 일은 CSR 경영에 대한 관심에 불을 놓는 정도라고 봐요.”
 
11월 9일에는 지속가능경영재단 주관으로 ‘CSR 활성화를 위한 경기라운드테이블 포럼’을 진행한다. 경기도내 기업과 공공기관·비영리단체·사회적 경제 조직 그리고 기업의 CSR 담당자등 100인의 섹터가 모여 교류와 협력을 모색하는 행사다.
 
“삼성디스플레이, SK브로드밴드 등 대기업의 CSR 담당자가 열 명 정도 참가해서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할 예정이에요. 과제를 제시하고 짧은 시간 안에 논의를 통해 결과물을 도출하고 발표하는 방식이죠. 기업의 CSR과 현장의 CSR을 연결해서 앞으로의 협업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황 대표는 개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으려면 책임감 있는 개인이 바탕이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우리는 비양심적인 개인을 목격했잖아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뿐 아니라, 개인 혹은 작은 단위의 조직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업에만 책임을 요구하고 개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것도 문제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분리수거 잘하기, 일회용품 덜 사용하기처럼 기본적인 것들인데, 기본에서 많은 것들이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기본을 놓치지 말아야죠.”
 
황선희 지속가능경영재단 대표는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는 CSV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진/KSRN
조응형 KSRN기자
편집 KSRN기획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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