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외신들이 한국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한류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의 큰 이슈는 외신에서도 톱이슈로 다뤄지곤 한다.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자랑스러운 이슈가 외신에 오르며 뿌듯할 때도 있지만 때론 다루지 않았으면 하는 부끄러운 치부도 외신의 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외신은 자국민을 주요 독자로 삼고 있는 만큼 같은 이슈도 우리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때가 많으며 때론 더욱 객관적인 제3자의 시각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같은 이슈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길 희망하며 다양한 국내 이슈들을 외신을 통해 들여다본다.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전자의 신작 ‘갤럭시 노트7’이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 달 남짓 지속됐던 노트7사태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걷다 결국 삼성전자는 노트7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마늠 주요 외신들도 앞다투어 갤럭시 노트7 사태를 톱 이슈로 다루고 있다. 세계적인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블룸버그 “심각한 브랜드 이미지 실추”
갤럭시노트7 단종을 톱이슈로 보도한 블룸버그통신. 사진/블룸버그통신
대다수의 외신들은 이번 노트7 사태로 인해 삼성의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노트7, 삼성 브랜드 자체를 위협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올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 7위에 선정될 정도로 훌륭한 브랜드 이미지를 자랑했던 삼성이 큰 이미지 실추를 겪게 됐다고 보도했다. CNN머니 역시 ‘삼성 브랜드 이미지 회복 가능할까’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특히 미국에서 삼성이 큰 망신을 당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CNN머니는 지난달 미국의 한 코미디언이 토크쇼를 통해 폭발하는 스마트폰에 대한 개그를 선보였다면서 삼성의 신용도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이번 사태를 패러디하는 사진들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삼성의 이미지와 실적, 노트7 단종으로 큰 타격 받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금까지 배터리 이슈가 진행되어온 과정이 재앙급이었다며 단기적으로 회사의 실적 및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트7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이들 외신들은 앞다투어 최고의 스마트폰이 나왔다며 극찬을 했었으나 이제 노트7이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고 외신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빠른 단종 결정 현명했다" 긍정적 의견도
그러나 부정적인 의견들 사이에서도 삼성전자의 빠른 단종 결정이 현명했다는 긍정적인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력 연론 타임지는 칼럼을 통해 노트7의 단종 결정이 브랜드 전체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칼럼을 기고한 맥도너 존 제이컵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번 결정은 빠르고 현명했다”며 “브랜드와 고객의 신뢰를 위해서 옳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맥도너 교수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안전성과 품질을 더욱 강화시켜 회사에 좋은 교훈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일부 언론들은 미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노트7의 반납을 거부하는 사용자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여러 미국인들을 인터뷰했는데 이들은 모두 노트7의 기능에 크게 만족한다고 전하며 제품을 반납할 것을 거부했다. CNBC와 인터뷰를 가진 모레시 우제와데나는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노트7이 너무나 맘에 들기 때문에 다른 스마트폰을 쓸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노트7을 좋아했던 유저들의 경우 마땅히 대체할 스마트폰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노트7의 성능이 노트5보다 훨씬 뛰어났던 만큼 노트5로 교환하기를 희망하는 사용자들이 많지 않고, 노트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용자들은 큰 화면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갤럭시 시리즈로 교환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첫 제품 교환 후에도 수습 실패하며 사태 악화
갤럭시노트7. 사진/삼성전자
CNN머니는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첫번째 제품 교환 이후에도 또다시 배터리 폭발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SJ과 인터뷰를 가진 사이오한 테이 IDC 전략가 역시 “첫 리콜에서 문제를 완전히 고치지 못하면서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았다”고 분석했다. 첫번째 리콜까지만 해도 삼성의 대응에 신뢰를 가지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사용자들이 많았지만 결국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서 제품에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포춘은 삼성이 애플보다 더욱 빨리 신제품을 출시하려고 서두르다 이러한 참사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7이 예전 아이폰들과 비교했을 때 큰 혁신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갤럭시노트7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무리하게 출시를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노트7이 노트5와 비교했을 때 많은 성능이 개선된데 비해 출시가 너무 빨랐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충분한 테스팅을 거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시됐다.
애플 및 경쟁 업체 반사이익? ‘글쎄’
처음 배터리 사태가 제기됐을 때 다수의 외신들은 애플과 화웨이와 같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단종이 결정된 가운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기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포브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보도한 기사에서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7의 경우 불에 타는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고 있지만 ‘판매 부진’이라는 다른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폰7의 경우 출시 초기 성적이 역대 최악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제프래 카발 노무라 전략가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만큼 애플이 큰 반사이익을 얻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발 전략가는 “갤럭시 고객의 80~90%는 갤럭시 제품으로 교환을 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실제로 많은 노트7 사용자들은 갤럭시S7엣지 제품으로 교환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CNBC의 경우에는 KGI증권의 조사를 인용해 애플이 이번 사태로 500~700만대의 아이폰7 제품을 추가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숫자의 경우에도 초기 800~1500만대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라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화웨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숀 레인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 상무이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인들은 노트7과 다른 갤럭시 브랜드들을 모두 동일하게 보고 있다”며 “따라서 중국인들이 더 이상 갤럭시 제품을 사지 않으려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지 회복 가능할까…정확한 폭발 이유 진단 필수
인디안익스프레스는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이 노트7의 폭발 이유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노트를 써야할지 고민하는 사용자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지적이다. CNN머니 역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삼성이 노트7 폭발 이유를 규명하지 못한 것이라며, 투명하게 사용자들에게 폭발 이유를 공개하는 것이 이미지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삼성은 이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신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슈가 해결된 신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또 다시 좋은 평가를 얻을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고객의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은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다만 장기적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그동안 확보해놓은 신뢰가 있는 만큼 제대로된 제품으로 다시 시장에 나온다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휴 브랜드파이낸스 이사는 “지난 2월 기준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무려 712억달러”라며 “이 브랜드 가치는 이번 사태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으나 장기적으로 회사 이미지에 재앙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브랜드 이미지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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