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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구입 포기한 실수요자…"차라리 집값 떨어지길"
매매·임대료 동반 상승에 주거비 부담↑…"국지적 가격 조정 필요한 시점"
2016-10-19 16:38:02 2016-10-19 16:38:02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의 강도 높은 주택시장 과열 억제책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 소유자들은시장 침체에 따른 가격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반면 치솟는 보증금과 꼬박꼬박 내야하는 월세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세입자들은 이번에는 꼭 가격 조정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일부 무주택자들은 가격 폭락이 한 번 찾아와야 주택 구입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푸념을 쏟아내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서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임성훈(38·남)씨는 지난해부터 인근 지역 중소형 아파트 매입을 계획했지만 이를 포기하고 지난 8월 매달 10만원을 월세로 더 내는 조건으로 기존 전셋집을 재계약했다. 1억2000만원의 보증금을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대출 부담이 높아지자 주택구입 계획을 접은 것이다.
 
실제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를 보면 경기도는 2년 전인 2014년 9월말 기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억7505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3억1625만원으로 4120만원, 15.0%가 올랐다.
 
전셋값은 매매 상승률의 2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1억8790만원에서 2억4718만원으로 5928만원, 31.6%나 급등한 것이다.
 
임씨는 "일반 월급쟁이들이 요즘 같이 집값이 오르면 주택구입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그나마 맞벌이라 버티는데 유치원생인 아이까지 키우고 있어 생활비가 늘어나는데다 월세까지 추가로 내게 되면서 저축액은 갈수록 줄고 있다"며 "가격이 한 번 크게 떨어지지 않고서야 어떻게 집을 사겠냐"고 토로했다.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가계의 주거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특히, 반전세가 늘면서 임차시장에 머물러 있는 세입자들의 부담은 훨씬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주거·수도·광열 분야 지출액은 27만2604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4년 2분기 25만8006원과 비교해 5.7%나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가계 소득 상승률은 3.7%에 그쳤다. 가계지출 중 주거비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7.9%에서 8.3%로 높아졌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주택시장을 갑작스런 폭락이 일어날 정도의 대책이 나오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지만 최근 상승폭이 가팔랐던 만큼 국지적으로 가격 조정을 이끄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급등한 집값에 주택구입을 포기한 세입자들은 정부의 강도 높은 주택정책으로 가격 조정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주택 소유자들은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반면 주택 소유자들은 정부의 정책이 주택시장 가격 상승세를 꺾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특히 실수요보다는 투자 목적의 수요가 많은 강남 재건축 시장은 최근 정부의 규제 강화 방침에 상승 분위기가 크게 꺾였다.
 
강남구 개포동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지난 주말 이후 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가격도 바로 빠지기 시작해 기존 시세보다 500만~1000만원 가량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거래가 안 되고 매수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정부의 규제 강화 방침에 매도자들은 시기를 놓쳤다며 가격이 더 떨어질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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