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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다시 '밑 빠진 독'에 물붓기?
"3조 자본확충, '상폐' 불끄기 수준…시중은행 추가 압박 가능성"
2016-10-17 19:26:54 2016-10-17 19:31:18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대우조선해양이 다시 생사의 기로에 섰다. 고강도의 자구계획 이행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수주 가뭄과 실적 부진이 지속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자본잠식에 따른 대우조선의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한 출자전환을 고려하고 있지만 안팎으로는 '밑 빠지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3조원 가량을 출자전환이나 유상증자 형태로 대우조선해양 자본확충에 투입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 채권단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자본확충 규모를 놓고 최종 조율 중이다. 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출자전환액은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에서 확정된 신규자금 지원액 4조2000억원 중 대출금 형태로 투입된 금액 일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규로 추가 자본을 투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지원하기로 했던 금액 일부를 자본확충에 사용하는 것"이라며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는 원칙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1조18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부채 비율은 7000%를 넘어섰고, 올해 수주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35억∼36억 달러도 안 될 수도 있어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우선 자본잠식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국책은행을 통해 최대 3조원에 가까운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이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작년 대우조선 신규자금을 지원할 때보다 상황이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대우조선의 상장폐지 상황을 막고, 차후의 상황까지 대비하려면 최소한 3조원의 자본 확충도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자규모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은 작년 지원액 가운데 어느 정도 여력이 있는데, 수출입은행의 참여 정도에 따라서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책은행 중심의 대규모 자본확충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출자전환으로는 대우조선의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는 데만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내년 4월 4400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에만 9400억원의 규모의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온다. 2018년 상반기에도 41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한 컨설팅 보고서(초안)에 대우조선해양의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결과를 담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우조선은 더욱 코너에 몰리는 모습이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조선 빅3 구도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2강'으로 재편하고 대우조선은 각 사업부문을 매각해 '1중' 구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에 대한 자본확충안을 두고 채권단 내 표정은 엇갈린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대우조선 자본확충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금융권 여신액 약 20조원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9조원 가량이 수출입은행의 여신이다.
 
수출입은행 입장에서는 예정에 없던 지원을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대우조선에 대한 출자전환을 진행하면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때보다 자금회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에선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
 
시중은행들도 추가 지원 성격의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경계하고 있다. 국책은행의 역할이 끝나고 나면 시중은행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의 요구가 직간접적으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여신은 수출입은행이 9조원, 산업은행이 4조원 등 국책은행이 13조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 1조4200억원, 하나은행 8000억원, 국민은행 7000억원, 우리은행 4800억원 등 시중은행 여신도 3조4600억원 가량 된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재분류한 상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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