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언론에 호평받는 프랑스 대선 오픈프라이머리
2016-10-17 10:28:09 2016-10-17 10:28:09
많은 선거 중 가장 뜨거운 선거는 아마도 대통령 선거일 것이다. 국가를 통치할 최고 권력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국민은 이목을 집중하고 설렘과 흥분 속에서 대선을 관전한다. 대선 투표율이 높은 것도 그 증거다. 지난 2012년 한국 대선 투표율은 75.8%로 같은 해 19대 총선보다 20%포인트 가량 높았다. 프랑스 역시 지난 2012년 대선 결선투표율은 85.3%를 기록했다.
 
대통령 선거는 역사 또한 꽤 오래됐다. 프랑스는 1848년 제2공화국 때 루이-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1차 선거에서 74%를 얻어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고 그 후 지금까지 23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한국은 1948년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기 시작해 선출방식이 둘쑥날쑥했지만 1987년 체제 이후 직선제로 고정됐고, 그간 10명의 대통령이 통치했다. 프랑스와 한국은 공교롭게도 내년 대선을 똑같이 앞두고 있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둔 양국의 정치 풍경은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 언론은 대선 후보자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며칠 단위로 쏟아내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합류할 것인지, ‘제3지대론’이 구체화될 것인지,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낼 것인지 점치느라 설왕설래 중이다. 반면 각 당은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나 후보선출 스케줄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정쟁 속에만 빠져있다. 대선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몸부림보다는 어떻게 제도를 바꿔야 자기편에게 유리할지에만 신경이 팔려있다. 우리 정치가 생산적이고 계획된 정치가 아니라 소모적이고 주먹구구식임을 내년 대선에서도 확인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렇다 보니 한국 언론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도 비판적이다 못해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반면 지난 14일 아침 프랑스 언론은 자국 정치권에 갈채를 보내는 신선함을 보였다. 그 대상은 우파의 대선 주자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알랭 쥐페 보르도 시장, 브뤼노 르 메르 의원, 프랑수와 피옹 의원, 나탈리 코시우스코-모리제 의원, 장-프레데릭 쁘와송 기독 민주당 대표, 장-프랑수아 코페 의원이다. 이들 7인은 오는 11월20일 공화당 대선 후보 결정전(오픈프라이머리)에서 대결할 라이벌들이다.
 
프랑스 공화당(Les Républicains)은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2017년 대선 주자를 오픈프라이머리로 뽑기로 이미 2년 전에 스케줄을 잡고 룰도 정했다. 이 경선에서 대결할 7인이 지난 13일 밤 민영방송 <TF1>에 모여 생방송으로 TV토론을 벌였다. 2시간30분간 펼쳐진 첫 토론의 이슈는 경제와 안전이었다. 3명의 기자와 함께 2시간 반 동안 펼쳐진 토론에서 후보자들은 모두 자기 나름의 정책과 비전을 잘 준비해 보여줬다. 날카로운 공방이 때때로 오가기도 했지만 방송을 엉망으로 만들 만큼은 아니었다. 이날 토론은 올 가을 프랑스 정치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26.3%)을 기록했다.
 
방송이 끝난 다음 날 아침 프랑스 언론은 일제히 성공적인 한판이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7인 모두 예의바르고 진지했으며 룰을 잘 준수해 좋은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호평도 나왔다.
 
프랑스에서 대선 후보를 오픈프라이머리로 결정한 것은 2011년 사회당이 처음이다. 사회당은 당의 혁신을 도모해 활력을 되찾고, 유권자를 동원해 새로운 인재를 투명하게 발굴하고자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오픈프라이머리 2차전에 약 300만 명이 참여해 투표하는 놀라운 결과를 거뒀다. 이를 보고 자극받은 우파들이 오픈프라이머리를 결정했고 지난주 TV토론 결과 언론의 찬사를 받게 된 것이다.
 
한국도 정치권이 옥신각신만 하지 말고 프랑스처럼 정치혁신을 꾀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아야 대선이 탄력을 받는다. 그러기 위해선 참신한 아이디어 개발이 최선의 방책이다. 구태의연한 정치의 반복을 멈추고 치열한 아이디어로 대선정국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라. 그러면 언론이 질타보다 찬사를 보낼 것이다. 오는 2017년 그런 명장면이 꼭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