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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정경유착 적폐로 존폐 위기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로 재기 불능…회원사들도 탈퇴 행렬
2016-10-16 16:00:58 2016-10-16 16:11:48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미르재단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경유착의 적폐를 끊지 못하고 존폐 위기로 몰렸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끊겠다는 적폐가 비선 실세에 의해 재연됐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과거에도 일해재단, 대선자금, 세풍사건 등 굵직한 정치권 논란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전경련이다. 일순간의 사과로 위기를 넘겼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는 재기불능의 상태로까지 몰아넣고 있다. 정권의 모금창구 역할을 계속하면서 회원사들도 등을 돌리는 추세다. 
 
전경련도 정부와 적정 거리를 두며 ‘쓴소리’를 내던 때가 있었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21~23대 회장직을 맡았던 문민정부 시절 유독 마찰이 잦았다. 최 회장이 1993년 취임 직후 꺼낸 말이 “경제계도 과거처럼 정부에 의뢰하고 지도나 규제를 바랄 것이 아니라 자립체계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취임 직전 정부에 제출했던 ‘경제계가 바라는 새 정부의 국가경영’ 보고서에서는 작은 정부와 자유경제체제 확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경제 5개년 계획을 추진했던 문민정부를 자극할 만한 내용이었다. 전경련은 신경제 계획 작성지침안을 검토해 시장경제 의지가 결여된 점 등의 문제점과 보완점을 정부에 제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1995년 전경련 회장에 재선임되면서 정부의 금리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콜금리 25%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면서 “세계화 하자는 마당에 금리 25%가 뭐냐”는 거침없는 발언도 쏟아냈다. 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지기 1년여 전엔 “고금리를 비롯한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 정부 행정규제 등으로 경제는 필래야 필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면서 “재계가 3년 전부터 위험신호를 보냈으나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경상수지 적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200억달러에 이르게 됐다”고 경고했다.
 
시련도 뒤따랐다. 정부는 경제장관과 경제단체장 회동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주요 회의에 최 회장을 초청하지 않는 등 길들이기에 나섰다. 최 회장의 콜금리 발언 직후에는 정부가 즉각적인 불쾌감을 나타냈고, 최 회장이 직접 정부 과천청사를 찾아 당시 부총리를 만나고는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당시 선경그룹)의 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하며 보복에 나섰다.
 
이후 전경련은 급격히 쇠락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99년 10월 중도 사퇴했다. 대우 사태가 사퇴의 직접적 이유였지만 회장직을 맡아봤자 득 될 게 없다는 인식도 퍼졌다. 오히려 정부와의 마찰만 빚을 뿐이라며 기피 대상이 됐다. 고사와 수락을 반복하며 김각중 전 경방 회장,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이 어렵게 회장직을 이어갔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수차례 고사하다 2011년 마지못해 회장직을 맡았다. 허 회장은 후임을 찾지 못해 두 차례 연임됐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 총수들은 전경련에 발길을 끊었다.
 
내리막길을 걷던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로 끝내 자멸할 위기에 처했다. 공기업 중심으로 회원사들의 탈퇴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국정감사에서 전경련의 해체를 압박했다. “애초에 경제사범들이 처벌을 면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전경련”이라며 존립 이유 자체를 부정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의원 73명은 17일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처지도 옹색하기 그지없다. 모금책 역할 의혹 속에 국감 증인으로 나온 이승철 전경련 상임부회장은 검찰 수사를 이유로 대답을 회피해 의원들의 비난만 샀고, 최근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모습을 드러냈던 허 회장도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며 부랴부랴 자리를 떠났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기업 명단에는 GS 계열사들도 올라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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