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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총파업 이후 분주한 은행권 노사
2016-09-27 18:14:11 2016-09-27 18:14:11
[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6개월간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지루한 공방을 벌인 은행권 노사가 총파업 이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총파업의 실패 이유를 사측으로 돌릴 핑계를 찾고 사측은 총파업 실패를 명분 삼아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각자 논리를 주장하기 위해 바빴다.
 
금융부 김형석 기자
금융노조는 지난 23일 개최한 '성과연봉제 저지' 총파업에서 쓴 맛을 봤다. 이날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은 정부 추산 2만여명에 불과했다. 금융노조가 추산한 참가자는 7만여명이다. 두 수치 모두 당초 금융노조가 예상했던 9만~10만명에는 못미친다.
 
특히, 신한·국민·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의 참가율이 더 저조했다. 이날 4대 은행의 파업 참가율은 3%에 그쳤다. 이는 금융노조 전체 파업 참가율 15%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들 4대 은행의 조합원 인원이 금융노조 인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번 파업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금융노조는 각 지부 단속과 함께 총파업을 방해한 은행권의 행동을 진상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총파업 참가자가 적은 이유를 사측에 돌리고 이탈하려는 각 지부 노조를 금융노조로 결집시키려는 의도다.
 
이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금융사들에게 산별중앙교섭 재개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장들이 이에 불응할 경우 2~3차 총파업도 준비하겠다고 경고했다. 
  
노조가 조합원의 뜻을 확인할 수 있는 총파업을 진행했지만 결국 은행과 대화의 문을 열려는 시도는 여전히 부족해보인다.
 
대규모 참여가 예상됐던 총파업이 실패로 평가 받고 있는 상황에서 2~3차 총파업이 과연 사측에 위협이 될지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파업 이후 은행권은 노조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달 사용자협의회에 탈퇴한 이후 은행별 노사 협상에 나서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이미 지부 위원장과 성과연봉제 도입을 포함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파업 실패가 사측의 성과연봉제 타당성만 증명한 꼴이 된 것이다.
 
이제 2000년 금융노조의 1차 파업 당시 금융당국이 보여줬던 화해의 제스쳐를 기대하고 있을 수는 없다. 노조 스스로도 조합원이 원하는 협상 테이블을 꾸릴 자세가 필요하다.
 
은행권 역시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압박을 그대로 노조에 이식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서로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태도가 필요해보인다. 노사가 타협하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가장 큰 밑거름은 같은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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