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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수당, 청년의 가능성을 응원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금전적 도움으로만 봐서는 안돼…하나의 분명한 시대적 흐름으로 인정해야”
2016-09-27 06:00:00 2016-09-27 11:58:00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은 엄밀히 따져 시 정책이 아니다. 시 예산을 투입해 운영하기는 하지만, 서울시 시정 참여 공식 단체인 서울 시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 소속 청년 490여 명이 제안한 청년정책이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권지웅(29) 운영위원장은 보건복지부의 청년수당 ‘직권취소’를 보며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자신들이 제안한 정책이 중단된 것 보다 합리적 절차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정책에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자 논란이 된 사실이 더 아쉬웠다. 권 위원장은 이 시대의 평범한 청년이다.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활동으로 주목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등에 집이 없는 ‘민달팽이’를 빗댄 비영리 민간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을 만들어 청년주거 실태를 개선하고 있다. 2014년 3월에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민쿱)까지 설립했다. 현재 민쿱을 통해 함께 사는 청년은 70여 명으로 새로운주거 형태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같은 해 권 위원장은 서울시 청년 명예부시장으로도 임명됐다. 다음달이면 2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임기 만료를 앞 둔 권 위원장을 만나 지난 활동을 되돌아 봤다 
 
권지웅 위원장은 연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본인 자신도 여전히 기계공학에 관심이 많다. 그런 권 위원장은 어떻게 주거정책 청년활동가의 길로 들어섰을까. “처음부터 청년주거나 정책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대학교 때 기숙사에 관련한 활동을 하다 우연히 대한민국 청년들이 맞닥뜨린 주거문제를 인식했고, 청년주거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도 찍으면서 청년주거문제를 풀고자 많은 시간을 보냈죠.
 
졸업을 앞두고 고민 끝에 기계공학 보다 주거문제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좋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이후 권 위원장은 본격적인 청년활동을 시작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도 다양한 청년정책분야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직업’이 돼버린 ‘청년활동’
 
졸업과 동시에 시작한 ‘민달팽이 유니온’에 매진한 권 위원장은 부모님을 설득하기까지 애를 먹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청년층의 당사자 연대로 비영리 주거모델을 실현하고 제도 개선을 실천해 ‘청년주거권 보장’, ‘주거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 단체다. 돈벌이가 되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그의 부모도 최근까지 권 위원장의 활동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권 위원장은 인터뷰 중 1인가구의 확대로 가족형태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의 말대로 향후 1인 가구는 하나의 가족형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27.1%를 차지해 전통적인 4인 가구 비율인 18.4%를 앞질렀다.
 
권 위원장은 이런 환경에서 청년들에게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혼자 사는 청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보증금 80만원 정도로 2인 1실이 약 20만원, 1인실은 30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거실과 주방은 공용으로 사용하지만 만족도는 높다.

지난 8월21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회 서울청년의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청정넷’…가능성이 실현 되는 곳 
 
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를 이끄는 권 위원장은 청정넷을 특별한 소수가 아닌 평범한 이들이 모여 활동하는 무대라고 말한다. 그는 “청정넷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시민, 즉 청년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무언가를 배우고, 또 배운 것을 바탕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청정넷에서 논의한 내용이 실제 정책으로까지 만들어졌다. 권 위원장은 “청정넷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을 보면 뭔지 모를 에너지를 얻어간다”며 “청년들의 삶이 조금씩 바뀌는 걸 확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8월21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제 2회 청년의회에서 만난 청년들은 더없이 즐거워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의회장에 등장하거나 교복을 입고 단상에 오르는 등 모두가 즐거워했다.

청년수당에 대한 어긋난 ‘관념’
 
지난 8월3일 시는 19~29살 청년 약 3000명에게 청년수당 50만원을 처음으로 지급했지만 같은 날 보건복지부 직권취소를 통해 사업을 중지시켰다. 현재는 시가 직권취소에 맞서 대법원에 제소한 상황이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권 위원장은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언론을 통해 직권취소가 기정 사실화 된 상황에서도 이성으로는 알겠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설마 직권취소를 하겠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정말로 직권취소가 됐을때는 마음이 너무 슬펐다”며 “어떤 합리적 토론도 없이 왜 청년수당 정책이 정지됐고,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우리가 제안한 정책이 멈춰 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아쉬워했다.
 
권 위원장은 “청년수당을 안 좋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국가를 먹여 살려야 할 청년들이 어떻게 국가의 도움을 받느냐‘는 잘못된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며 “노인수당, 아동수당 등 국가가 특정 세대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은 이미 많이 있다. 심지어 아무런 증빙도 필요 없다. 그런데 유독 현금 정책이 젊은 청년세대로 이전하면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 된다”고 지적했다.
 
청년수당은 시대적 흐름
 
권 위원장 주변에 청년수당 대상자로 선정된 한 친구는 지급받은 50만원을 이용해 사립 독서실 등록을했다고 한다. 집에서 먼 공공도서관 대신 가까운 사립도서관을 이용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위원장은 지원자가 보낸 메일 하나를 소개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받은 메일 중 하나를 봤는데, ‘청년수당 정책이 잘 안되더라도 괜찮다. 나는 내가 지지받았다는 경험을 했다. 싸워주는 당신을 보면서 신뢰를 느낀다. 어떻게 되더라도 끝까지 응원하겠다’라는 굉장히 짧은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수당은 이 시대 청년들의 어려움을 지켜본 서울시와 우리가 어떤 시스템을 작동시켜 그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려는 시도인 동시에 ‘당신의 가능성을 응원한다’는 말을 건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사회구성원인 청년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정책 방식으로는 해결할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청년수당 같은 정책적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도 지난 2004년 청년실업해소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올해 청년 실업률은 평균 10.6%(1~7월)를 기록하며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
 
권 위원장은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소 생소하지만 청년의회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존중’이란 단어가 있다”며 “개개인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무언가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가 관계를 맺게 하는 게 우리가 마주한 문제를 푸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존중을 통한 관계를 맺어야 상대가 원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권 위
원장은 “단순히 시간 대비 효율을 강조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충분히 소통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우리 사회는 너무 다양화돼버려 소통 없이는 한 가지 이외의 모든 것을 부정하게 된다”며 “대한민국 사회에 필요한 힘은 어떤 문제와 방향성이든 청정넷 안에서 처럼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권지웅 서울 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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