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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낙하산 중에서도 신이내린 자리 '감사'
공직자·금융권·정치권 출신 다수 포진…전체 금융권 낙하산의 22% 차지
2016-09-25 16:36:29 2016-09-25 16:37:49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에 이른바 ‘낙하산’ 문제가 심해지고 있으며 특히 감사 자리가 주 타깃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3년 2월부터 지금까지 금융회사에 감사(감사·상근감사·상임감사 등)로 임명된 공직자·금융권·정치권 출신 인사 수는 4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금융권 낙하산 수(204명) 대비 22%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2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 내에서 내부직원을 감사하는 역할을 하는 감사는 다른 직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져도 갈 수 있는 직위"라며 "챙겨주기 쉽고 생색내기도 좋은 자리인 점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낙하산으로 온 인사들의 출신도 다양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권 출신 중에서는 이정하 전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 제도운영과장이 전국은행연합회 감사에, 최규윤 전 금감원 공시감독국장이 신한금융투자 상근감사위원에, 김영린 전 금감원 국제감독국 과장이 NH농협은행 상근감사위원에 각각 오른 바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신형철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이 산업은행 감사에, 원성희 전 감사원 국장이 NH농협손해보험 상근감사에, 정병기 전 재정경제부 감사담당관(부이사관)이 국민은행 상임감사에 올랐다. 편호범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올해 보험개발원 비상임감사에 선임됐다.
 
문제는 최근들어 정치권 출신의 감사임명이 잦아지는데 있다. 19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간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기식 원내대표 정책특보는 “과거에는 관료 출신인 이른바 ‘관피아’ 낙하산이 문제였는데 최근 들어 퇴직자 취업제한이 강화되면서 정치인 출신인 ‘정피아’들이 그 자리를 메꿔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 있었던 이수룡 전 신창건설 부사장은 지난 2014년 중소기업은행 감사에 임명됐으며 같은 해 새누리당 박대해 전 의원은 기술보증기금 감사에 올랐다.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문제풍 전 예금보험공사 감사는 2014년 12월 사의를 표명한 후 1년 후 20대 총선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 광진갑에 출마했던 정송학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도 지난해 10월 사의 후 20대 총선에 재차 나섰으나 더민주 전혜숙 의원에게 패했다.
 
올해 들어서도 김희락 전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이 연합자산관리 감사에,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한국증권금융 상근감사에 올랐다. 새누리당 제18대 대선 중앙선대위에 몸담았던 김기석 신용보증기금 상임감사도 있다.
 
정치인 출신의 금융권 낙하산에 대해 김 특보는 “정무위 등 관련 상임위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소한의 전문성조차 없는 의원이나 당직자 출신이 낙하산으로 가는 것은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기관 일선에서는 “능력없는 정피아보다는 차라리 업무를 아는 금융권·관료 출신이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정권 말에 들어서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데 있다. 이른바 ‘자기사람 챙겨주기’를 해줄 시간이 얼마 없을뿐더러 최근 들어 다른 곳으로의 낙하산이 어렵다보니 금융 공기업이 주 타깃이 된다는 것이다.
 
더민주 김해영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 기치에 맞게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오른쪽)이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질의하는 모습. 사진/뉴스1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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