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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상장유치에 대한 단상
2016-09-22 06:00:00 2016-09-22 06:00:00
한국거래소가 기업의 상장청구를 기다리던 자세에서 벗어나 IPO환경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상장유치 마케팅을 전개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다가오고 있다. 수요자인 기업에게 먼저 다가가 상장 의사결정을 돕거나 시장참여자 또는 중소·벤처기업 관련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킹을 통한 IPO환경을 조성하는 일들이 상장유치의 주된 업무다. 최근 IPO 시장의 활황세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간의 상장유치활동에 대한 의미를 되돌아 보고자 한다.
 
신규상장을 시장운영자인 거래소 입장에서 보면 상장유치는 곧 백화점에서 매년 신상품을 출시하여 고객을 유치하는 것과 같다. 새롭게 각광을 받을 만한 유망기업을 발굴하여 증권회사의 기업실사(Due Diligence)와 거래소의 엄격한 상장심사를 거쳐 신상(新商)으로써 투자자에게 선을 뵈게 된다. 따라서 신규상장식은 언제나 가슴이 설레고 벅차 오르는 감동이 있다. 투자자는 공정한 심사와 평가를 거친 ‘상장기업’이라고 하는 상품을 만나고, 발행회사는 운명을 같이 할 새로운 주인인 ‘주주’를 맞이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상장주체인 기업측면에서 보자. 모든 기업공개(IPO) 희망기업은 기업가치를 높여 공모자금을 극대화 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의사결정을 하고 가장 효율적인 준비절차와 성공적인 공모를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상장유치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일부 기업들을 보면 거래소는 물론 증권사, 법률·회계자문 업체들은 큰 벽을 느끼게 된다. 상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상장을 회피하는 기업은 물론 상장에 관심은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에 대하여 모르는 기업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외부감사를 받은 기업 중에도 IPO에 관하여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상장은 언제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결국 타이밍 싸움이다. 나쁘지 않은 타이밍을 찾는 것이 성공 상장의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시간을 기다리거나 혹은 서두르려다 매출이 꺾이거나 성장세가 멈춰 다시는 IPO를 시도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실제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업인 A사의 사례를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 회사는 몇 년 전 IPO를 추진하려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류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시장점유율도 낮은 후발업체 B사가 전격적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했다. 이후 B사는 대규모 IPO자금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전략까지 수립할 수 있었으며, 업계 내 최고 기업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였다. 문제는 현재까지도 A사의 IPO 추진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이미 놓쳐버린 타이망 탓에 업계 내 경쟁여건은 열위에 서게 됐고 시기적으로 산업의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또 시장참여자와 이해관계집단과의 상장유치 네트워킹 측면에서 보면 거래소는 이미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정부와 정부기관, 각종 산업협회 등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IPO 공동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상장가능 기업을 대상으로 상장 필요성 전파와 상장 교육 등으로 이어지는 상시적인 상장유치 채널이 완성됐다. 이는 시장운영자가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시장시스템이나 정책수립에 반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산업과 경제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IPO를 통한 상장활성화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느낌이 든다. 미래가치를 선도하는 핵심 트렌드기업을 적기에 자본시장에 데뷔시키는 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혁신형 미래성장기업을 찾아 이들에게 양질의 자금이 흐르게 하여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산업을 육성 한다는 사명감인 것이다.
 
요즘에는 코스닥시장은 물론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상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느 시장에 상장하던간에 상장식은 항상 새롭다. 상장기업 경영진, 종업원들에게는 감동이고 드라마틱한 울림과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상장기업 대표의 인사말을 듣는 순간에서는 숙연해 지기까지 한다. 많은 대표자들이 ‘상장은 목표가 새로운 시작’임을 역설한다. 우리는 그때마다 상장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다 할 것이라는 기대와 주문을 건다. 상장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의사결정이었지만 성공적으로 증권시장에 진입한 기업에게서 그 같은 비전과 목표가 보다 절실하고 진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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