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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도나도나 유사수신 혐의 '유죄' 취지 파기 환송
"실물거래 외형 갖췄지만, 사실상 금전 거래 불과"
2016-09-08 18:22:25 2016-09-08 18:22:25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양돈업체 도나도나 양돈업체 최모(69)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8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과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 대표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사수신행위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위탁양돈사업을 위한 자금유치는 최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들을 내세워 불특정 다수의 위탁자를 모집하면서 위탁자들과 두 가지 계약을 동시에 체결하는 것을 수단으로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위탁자 모집업체 명의로 위탁자들이 500만원 또는 600만원을 납입하면 이 돈으로 돼지를 사육해 14개월 후에 성돈 20마리를 인도하는 내용의 양돈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한편으로 도나도나 명의로 위탁자들로부터 14개월 후에 인도받을 성돈 20마리를 약정한 매매대금에 미리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성돈 선물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동일한 위탁자를 상대로 이러한 두 가지 내용의 계약을 동시에 체결함으로써 양돈위탁계약의 당사자인 위탁자 모집업체는 위탁자들로부터 돼지 사육을 위탁받는다는 명목으로 위탁대금을 지급받더라도 14개월 후에 위탁자들에게 성돈을 인도할 필요가 없고, 그 대신 도나도나가 위탁자에게 선물매매계약상 약정된 매매대금을 지급하면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대표는 이러한 위탁양돈사업을 통해 거액의 위탁대금을 모집하고, 새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들을 차주로 해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을 순차로 대출받아 도나도나 등 명의로 다수의 양돈농장을 인수·취득함으로써 양돈사업의 규모를 빠르게 확장하기는 했다"며 "그러나 이는 도나도나 등의 양돈사업을 확장한 것일 뿐 위탁자들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돼지를 위탁사육한다거나 성돈을 인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탁자들로부터 받은 위탁대금으로 돼지를 사육하여 위탁자들에게 성돈을 인도하기로 하고 그 성돈을 미리 매수하여 선물매매대금을 지급한다는 등의 외형을 취했더라도 이는 위탁자들로부터 출자금을 받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뿐 실물 거래인 돼지 위탁사육이나 성돈 거래가 매개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제2조 제1호에 정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최 대표 등 11명은 지난 2009년 4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위탁자 모집업체를 통해 "1구좌당 500만원 내지 600만원을 투자하면 모돈 1마리를 빌려서 그로부터 생산된 자돈 20마리를 사육·판매함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위탁대금 명목을 약 2429억원을 모집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대표는 2013년 7월부터 12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총 132억원을 추가로 모집하고, 허위로 임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약 4억12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위탁대금 수입행위가 외관상 실물 돼지의 거래를 가장하거나 빙자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도나도나 등을 통해 이른바 위탁양돈사업을 한다고 표방하며 다수의 위탁자로부터 약 2429억원을 모집한 행위가 양돈위탁계약과 성돈 선물매매계약이라는 실물거래의 외형을 갖췄지만, 사실상 금전의 거래에 불과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래의 명목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종래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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