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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전쟁)구글·애플 양강 구도 속 신생주자들도 '꿈틀'
삼성전자 타이젠·알리바바 윈OS 등 포스트 스마트폰 정조준
2016-09-01 07:00:00 2016-09-01 07:00:00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이 플랫폼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촉발된 운영체제(OS) 경쟁은 최근 금융·의료·교육까지 하나의 모바일 생태계로 연결지으려는 움직임에 맞춰 '플랫폼 전쟁'을 촉발시켰다. 사물인터넷(IoT)의 등장과 함께 기존 모바일 플랫폼 강자들의 기세를 꺾으려는 대항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삼성과 LG를 비롯해 이동통신 3사까지 경쟁대열에 가세했다. 모바일을 비롯해 시장 선점 경쟁이 한창인 스마트홈, 이제 막 떠오르고 있는 헬스케어와 금융,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현재 플랫폼 시장의 경쟁구도를 짚어봤다.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윈도우로 PC 시대를 호령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IT 맹주 자리를 구글과 애플에 내줬다. PC에서 모바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데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사이 안드로이드와 iOS를 앞세운 이들에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모바일 OS를 기반으로 전세계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성장한 애플과 구글의 모습은 플랫폼을 가진 자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입증한다. IT 기업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포스트 스마트폰, 특히 플랫폼에 모아지는 이유다.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을 중심으로 신산업 태동 조짐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자체 OS 개발 등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모바일 OS 시장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양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분기 OS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안드로이드가 2억9661만대로 전체의 86.2%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2.2%에서 4%포인트 확대됐다. iOS는 4439만대로 12.9%를 기록했다. 14.6%에 달했던 전년 동기보다 1.7%포인트 줄었다. 점유율 추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두 회사는 전체 시장의 99.1%를 차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MS 윈도우(0.6%)와 블랙베리(0.1%)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모바일 시장 형성 초기 이들의 플랫폼 전략은 상이했다.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한 애플은 iOS를 아이폰 등 자사 제품에만 적용했다.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OS로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었지만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었다. 후발 주자인 구글은 개방성으로 맞섰다. 단말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콘텐츠 등 독립적 산업이 다시 하나의 상위산업으로 묶이는 모바일 시장의 특성상 OS를 장악한 기업이 전체 지배력도 갖게 된다는 점을 간파했다. 애플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다수의 제조사에게 간택되며 애플의 시장을 잠식했다. 단시간에 확보한 범용성은 안드로이드에 대항하는 신생 OS들을 물리치는 원동력이 됐다. MS는 PC 시대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길 희망했으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PC와 스마트폰이 구매 소구점이 달라 기존 지위 유지가 어렵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풍부한 앱과 서비스, 소비자 이용 습관 등을 뒤집기 어려워졌다. 
 
모바일 세상을 장악한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확대하고 다양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한 보다 지능적 체험을 가능케하는 것은 물론 웨어러블이나 커넥티드 홈 디바이스 등으로의 확장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로베르타 코자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빠른 속도로 진화시키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사용 업체들 역시 기술 부문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구글의 행보에 IT 기업들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구글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플랫폼을 운용해 시장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의 타이젠OS다. 2012년 개발에 착수한 타이젠은 삼성전자의 첫 번째 자체 OS '바다'의 실패를 딛고 만든 작품으로, 스마트폰 외에 웨어러블과 IoT로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다만 당초 인텔, 후지쯔, NTT도코모, 화웨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보다폰 등 글로벌 전자·IT 업계 주요 기업들이 개발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던 것과 달리 현재는 10개 이사회 기업 중 6곳이 불참을 선언해 삼성전자의 부담이 커졌다.
 
현재 타이젠은 인도,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출시된 저가형 스마트폰 Z1, Z3, Z2(출시순)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어핏2, 스마트워치 기어S, 기어S2 등에 탑재됐다.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공개된 기어S3에도 타이젠이 적용됐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웨어러블 OS 시장에서 타이젠의 점유율이 11.3%로 애플워치(49.4%), 안드로이드웨어(21.4%)의 뒤를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업체들도 OS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형태인 'AOSP'라 불리는 자체 OS를 만들었던 초기 행태에서 벗어나 독립 영역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샤오미의 'MIUI', 화웨이의 '이모션UI' 등이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자체 OS로 자율성을 얻는 것이었다면 알리바바의 윈(YUN)OS는 제3세력을 구축해 IoT와 커넥티드 카 분야로까지 확장을 꾀한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시노차이나에 따르면 메이주, 둬웨이, 캉쟈 등 중국 중소 휴대폰 제조업체와 손을 잡은 윈OS는 지난해 기준 3310만대가 판매됐다. 전체 시장의 7.1%를 점유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올 1분기에는 1700만대의 윈OS 단말기를 판매해 iOS의 점유율을 앞섰다. 윈OS는 거침없는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윈OS를 탑재한 인터넷 커넥티드카를 공개했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앞으로는 OS 자체가 직접적으로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양한 요소를 통해 가치가 확대될 수 있도록 간접 지원을 하는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며 "다양한 종류의 디바이스와 OS, 서비스를 유연하게 포섭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한 전략 방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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