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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단명한다" 겁줘 굿값 수억 받은 무속인…법원 "사기 아니야"
"굿으로 마음의 위안과 평정 얻은 이상 속였다고 볼 수 없어"
2016-08-30 19:38:10 2016-08-30 19:38:10
[뉴스토마토 홍연기자] '아들이 단명할 운명'이라며 겁을 줘 부모로부터 굿 값으로 수억원을 받아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굿을 요청한 부모가 굿으로 마음의 위안과 평정을 얻은 이상 부모를 속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단독 임지웅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조모(62)씨에 대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씨가 피해자 장모(53)씨에게 딸의 개업비용을 목적으로 35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것만 유죄로 판단했다.
 
이외에 2008년 3월부터 6년 동안 굿값, 제사비, 방생 기도비 명목 등으로 148회에 걸쳐 4억5876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행자가 무속행위를 할 의사가 없고, 자신도 그 효과를 믿지 않으면서 가장하고 상대방을 기망해 부정한 이익을 취할 때 사기죄가 성립된다"며 "조씨가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속여 통상 범주에서 벗어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무속행위를 가장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시했다.
 
또 "무속 실행에 있어서는 요청자가 결과 달성을 요구하기보다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과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시행자가 목적달성을 위한 무속행위를 한 이상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더라도 이 같은 사정만으로 요청자를 기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돈을 받고 실제로 굿이나 기도 등을 드리는 등 무속행위를 위한 물품구입비와 인건비 등으로 지출한 것으로 보이고, 전체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시행한 굿의 내용과 형식과 절차 등이 무속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굿의 수준에서 미치지 못하거나 굿을 너무 자주 시행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2006년 12월 지인 정모씨의 집에서 정씨 후배인 장씨 가족사진을 보고 정씨와 얘기를 나누던 중 장씨가 상당한 재력가로 2002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조씨는 장씨에게 굿을 권할 요량으로 "작은 아들이 오래 살 운명이 아니다. 시댁의 돌아가신 조상들이 힘들게 한다"며 정씨에게 장씨로 하여금 자신에게 연락할 것을 제의했다.
 
조씨는 2007년 1월 장씨와 직접 전화통화를 하면서 "둘째 아이가 단명한다, 3년간 초를 켜고 믿어봐라, 조상들의 원한을 풀어야만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등 겁을 줬고, 장씨는 그 말을 믿고 2008년 3월부터 6년간 총 148회에 걸쳐 굿 값과 제사비, 기도비 명목 등으로 총 4억5800여만원을 조씨에게 입금했다.
 
조씨는 이와는 별도로 "내 딸이 서울에서 가게를 여는 데 개업비용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 달라"며 2014년 4월 1천만원을 빌린 것을 비롯해 모두 3회에 걸쳐 3500만원을 빌려 갚지 않았다.
 
장씨는 갈수록 조씨의 말과 행동에 의심이 생기자 조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조씨는 결국 특정경제범죄법상 특수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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