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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 대출, 서민 위한 '디딤돌'보다 '보금자리론'이 더 싸다?
기준금리 인하로 0.1% 더 저렴…"소득 수준과 한도 고려한 후 대출상품 선택해야"
2016-08-29 14:13:23 2016-08-29 14:13:23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K씨는 결혼 후 2년간의 전세방살이를 마치고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문을 두드렸다. 생에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무려 0.5%의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는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미만이어야 이용이 가능한데, K씨가 최근 말단에서 대리로 승진을 하는 바람에 합산 소득이 7000만원을 넘어버렸다. 어쩔수없이 K씨는 아쉬운대로 주금공의 다른 상품인 '보금자리론'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서민금융대출로 알려진 디딤돌 대출보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더 저렴한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2년 동안 기준금리를 5차례나 인하하면서 경우에 따라 보금자리론 금리가 디딤돌 대출 금리보다 낮아졌다. 저소득 층을 위해 마련된 디딤돌 대출보다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론이 더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낌 e-보금자리론' 10년 만기 금리는 2.4%다. 여기서 가족사랑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안심주머니 앱 쿠폰을 이용하면 0.12%를 더 우대받을 수 있어 금리가 2.28%까지 떨어진다.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 소득 별로 금리가 나눠지는 데, 4000만원 초과 7000만원 미만 구간의 10년 만기 금리는 2.8%다. 여기에 생애 최초 우대금리인 0.5%를 적용하더라도 아낌 e-보금자리론보다 0.02% 높은 2.3%이 나온다.
 
이처럼 서민 대출 상품 금리가 일반 대출 상품보다 높아진 이유는 저금리 기조로 시장 금리가 꾸준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4년 8월과 10월, 지난 2015년 3월과 6월, 올해 6월 등 총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동안 시장금리와 연동돼 움직이는 보금자리론 금리는 2014년 8월 3.55~3.80%에서 2016년 8월 2.5~2.75%로 1% 포인트가량 낮아졌다. 보금자리론의 온라인 버전인 아낌e-보금자리론은 보금자리론 보다 항상 0.1%포인트 저렴하게 설계돼 2014년 3.45~3.70%에서 현재 2.4~2.6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같은 기간, 디딤돌 대출은 2014년 8월 2.8~3.6%에서 2016년 8월 2.3~3.1%로 0.5%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보금자리론은 주금공이 시장 금리에 맞춰서 매월 조정하는 반면, 디딤돌 대출은 국토부가 1년에 한두 차례 정도만 수정해 이같은 금리 차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보금자리론 금리는 주금공이 매달 결정하고 디딤돌 대출은 국토부가 일 년에 한두번 많으면 세네번 정도 금리를 바꾸다 보니 시장 금리의 텀이 발새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디딤돌 대출이 더 나은 조건이나, 경우에 따라서 보금자리론 금리가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금자리론은 금리 외에도 한도가 높다는 장점도 있다. 보금자리론의 대출한도는 주택담보가치의 최대 70%로 최대 5억원 빌릴 수 있다. 디딤돌 대출 한도도 주택담보가치의 최대 70%지만, 최대금액이 2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보금자리론의 경우 자격 조건이 없어 소득이 많든 적든 누구나 가입할 수 있지만, 디딤돌 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생애 최초의 경우 7000만원을 넘기면 안된다는 제약조건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을 대상으로 한 디딤돌 대출이 무조건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며 "나에게 맞는 상품인지를 조목조목 따져본 후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강릉시 유천지구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사용될 선수촌과 미디어촌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
다. 사진/뉴시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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