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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통령 '레임덕'의 비밀
2016-08-29 14:30:34 2016-08-29 14:30:34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당선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오바마 대통령이지만 퇴임 무렵인 요즘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통령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할 것 없이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면 정국 불안과 국민들의 피로감으로 지지율이 추락하기 시작한다. 정해진 기준이 있지는 않지만 통상적으로 25% 긍정평가 이하로 떨어지거나 60% 이상의 부정평가로 일정 기간 지속되면 레임덕으로 간주한다. 레임덕은 ‘절름거리는 오리’라는 의미로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미국 대통령은 특히 첫 번째 재임기간 동안 레임덕이 조기에 발생할 경우 재선을 보장받지 못한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지지율 관리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한판 승부에서 재선의 꿈이 날아가 버렸다. 선거 공학으로 부통령 자리에서 대통령으론 뛰어 오를 수 있었지만 제대로된 국정관리 없이 다크호스 후보를 물리치긴 어려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율 관리면에선 ‘마법사’에 가깝다. 대통령 당선 직후 노벨평화상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데 이어 오바마 케어(오바마 행정부의 의료보험정책)로 이슈 몰이를 해나갔다. 트루먼 전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해오고 있는 미국 갤럽 자료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트루먼 전 대통령 이후 국정 운영 긍정평가의 최고치와 최저치 차이가 가장 적은 대통령에 속한다. 가장 최근인 지난 11~13일까지의 조사(미국 갤럽)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54%였고 부정평가는 42%였다. 지지율 탓인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는 레임덕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때 지지자들은 또 한번더 미국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위하는 마음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연호했다. 그날의 주인공은 힐러리 클린턴이 아니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지지율 50%를 넘기며 거침없이 임기 마무리를 향해 빈틈없이 질주하는 그들의 영웅에 대한 환호였다.
 
대통령 지지율은 은행의 잔고와 같다. 우리의 현재를 위해 그리고 미래를 대비해 은행에 맡겨 놓은 예금은 추가로 입금이 없으면 점차 잔고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대통령 지지율도 다르지 않다. 대통령들은 임기 초반 기세 좋게 수많은 정책을 내세우고 거침없이 인사(人事)를 해나간다. 선거 당선에 대한 영향력이 지속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흔히 이야기하는 허니문(임기초반 국민들과 언론으로부터 기대 섞인 지지를 받는 경향을 일컫는 말)효과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을 한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임기 중반을 넘어서며 공약 이행과 이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 체감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망은 더욱 커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보다 1년이나 더 긴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렇지만 지지율만 놓고보면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후반 찾아든 ‘뉴허니문 효과(국민들의 사랑을 많은 받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호감 현상)’로 민주당 정권 연장의 과업 달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만들었다. 자신의 높은 지지율 마법도 모자라 다음 대통령 당선에도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3~25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자체조사(전국1001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3% 더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물어본 결과, 긍정평가는 30%, 부정평가는 57%에 달했다. 통상적으로 설명되는 대통령의 ‘레임덕’ 기준으로부터 멀지 않은 지점까지 와있다. 총선 직후 긍정평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부정평가는 점차 높아졌다. 부정평가 이유가 ‘소통 미흡’과 ‘공약 이행’처럼 주로 임기 전반기에 해결되어야할 문제가 미해결로 남아 있는 상태라 회복 가능성마저 크지 않다. 여론에만 집착하고 여론에 지나치게 끌려가는 대통령의 모습도 아름답지 못하다. 그렇지만 여론의 흐름을,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가는 일방독주는 더 위험하기 그지없다.
 
오바마 대통령도 임기 초반 여러 차례 국정 운영 위기가 있었지만 ‘소통 채널’과 ‘공약 지속’이라는 가장 중요한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애리조나 투산의 추모 연설과 남부 흑인교회 총격사건에서 보여준 ‘침묵’과 ‘찬송’의 소통은 감동을 넘어 전설로 다가온다. 현직 대통령이 전설을 만드는 판국에 우리 지도자들의 대승적 변화를 감히 기대해 본다. 대통령 레임덕의 비밀은 다른데 있지 않다. 언제가 메말라 버릴지 모르지만 ‘국민 만족’이라는 은행 잔고를 끊임없이 채우다 보면 국민들의 화답으로 그 잔고는 차고 넘쳐흐르게 될 것이다. 언제쯤이면 레임덕 없는 대통령을 보게 될까.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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