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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명가 LG생명과학 초라한 현실
15년간 연구비 1조 투입…신약들은 내수용 그쳐
2016-08-26 06:00:00 2016-08-26 0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LG생명과학(068870)이 지난 15년간 1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지만 성과가 미진해 국내 R&D 명가 명성이 퇴색되고 있다. 세계적인 제약사에 오르겠다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자체개발 신약들이 사실상 내수용에 그치고 있다. 오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것과 연구소 출신이 각 부서와 경영진을 장악해 사업 방향의 견제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1981년에 유전공학연구부를 신설해 제약업계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2년 LG에서 분사해 LG생명과학이 출범했다. 
 
'세계적인 신약을 보유한 생명과학회사'가 창립 목표였다. 2000년대 제약사들이 복제약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할 때 LG생명과학은 신약과 R&D 전문회사를 표방했다. 상장한 시점인 지난 2002년 250억원을 R&D 예산으로 사용했다. 이는 당시 상위 제약사의 R&D 예산에 2~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매년 매출액 대비 20~30%를 R&D에 쏟아부었다. 2000~2015년 R&D에 1조원 이상 투자한 제약사는 LG생명과학과 한미약품(128940)뿐이다. 
 
지난 2003년 토종 신약 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업계에서 R&D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창립 15년 정도가 지났음에도 글로벌 제약사와는 거리가 멀다. 국내에서조차 상위 제약사에 끼지 못하고 있다. 유한양행(000100), 한미약품, 녹십자(006280)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해 상위권 그룹을 형성했다. LG생명과학은 매출 10위권이다. 먹거리가 될 차별성이 있는 신약들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미국에서 출시한 팩티브는 상업성에서 실패했다. 2012년 국내 출시한 당뇨약 '제미글로'가 현재 LG생명과학의 핵심 제품이다. 국내선 지난해 25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해외에선 지난 2013년부터 프랑스계 사노피아벤티스와 멕시코계 스텐달과 104개국의 제미글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선진국이 아니라 저개발국가다. 선진국에선 이미 같은 계열 당뇨약들이 선점하고 있어 차별성과 시장성이 떨어진다. 또한 계약 3년이 지났지만 허가를 받은 국가는 10여국에 불과하다. 
 
경영진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LG생명과학에 능통한 관계자는 "현 정일재 대표가 취임하기 전까지 개발, 마케팅뿐만 아니라 영업까지 각 부서의 요직을 연구소 출신들이 장악했다"며 "각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졌고, 서로 아는 사이여서 의사 결정과 사업 방향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LG 오너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던 것도 요인"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정체되자 LG 그룹은 지난 2010년 정일재 LG유플러스 대표를 LG생명과학 대표에 선임했다. 외부 인물을 통해 회사의 성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의도다. 정일대 대표 체계에 돌입한 이후 경영진의 교체가 이뤄졌다. 사업 방향도 전면 수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일재 대표가 합성의약품에서 벗어나 백신으로 R&D 방향을 완전히 재편했다"며 "현재 해외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도 백신 사업이어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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