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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증권업계 시선 모으는 갈등조정위원회
2016-08-25 06:00:00 2016-08-25 06:00:00
올해 3월30일 교보증권은 ‘생각처럼 안되는 면세점’이라는 제목의 하나투어 관련 보고서를 발간했다. 정유석 연구원은 하나투어의 투자의견을 ‘Buy’에서 ‘Trading Buy’로, 목표주가는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하향 조정했다. 이에 하나투어 측은 보고서에 인용된 각종 수치와 분석이 잘못됐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연구원에 대한 자료제공 및 기업탐방을 제한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번졌다.
 
당시 증권업계 내부에서도 반응은 다양했다. A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솔직히 말해서 교보증권-하나투어와 같은 사례는 20여년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발생하는 일”이라면서 “누적된 갈등이 이번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에 또 다른 관계자는 “상장사의 갑질도 분명히 문제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하나투어에서 문제삼을 만한 내용이 있었다는 반응도 있다”고 언급했다. 
 
매년 비슷한 양상의 갈등이 되풀이 되면서 금융당국에서도 지난 23일 ‘갈등조정위원회’를 신설해 양자 간 갈등조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상장협·코스닥협·금투협 본부장 각 1인과 금감원 담당 국장 1인, 리서치센터장 3인, 상장사 IR담당 2인, 학계·법조계 종사자 2인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업계에서는 기대와 의구심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위원회에 법적 제재 권한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금융당국이 중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첫걸음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리서치센터를 독립 리서치로 만들어 ‘갑을 관계’에서 자유로운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까지도 나온다. 
 
B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갈등조정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게 된다면 리서치 문화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애널리스트도 상장사에서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분석과 논리를 갖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는 상장사가 ‘갑’의 지위를 이용해 보고서 내용에 간섭한다고, 상장사는 증권사가 제대로 된 분석을 하지 못해 피해를 입는다고 볼멘 목소리를 낸다. 갈등조정위원회가 양측의 불신을 해소하고 건전한 리서치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시선이 모아진다. 이제 첫 걸음을 시작했지만 중요한 역할이 주어졌다. 
 
김재홍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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